나해 9월 26일(연중 제26주일,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 사랑을 위한 회심
오늘 복음의 예수님 말씀은 듣기 섬뜩하다. 팔이 죄를 지으면 팔을 자르고, 발을 자르고, 눈을 빼내 내던져 버리리라고 하신다. 죄를 단호하게 끊어버리라고 강조해서 하신 말씀이다. 해 뜨는 데서 해지는 데까지가 먼 것처럼 하느님 나라와 죄는 결코 함께 있을 수 없다.
죄를 좋아하는 사람 없고, 죄 없는 사람 또한 없다. 성인들도 모두 죄인이었다. 그들은 팔다리를 자르고 눈을 빼 던졌을 것이다. 그래서 하느님 나라에는 장애인들만 있을 거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들은 어찌 보면 실패했던 사람들이다. 인생길 어느 시점에서 예수님을 만나 마음을 바꿔 먹었다. 그때까지 갖고 있던 삶의 방식과 세상을 대하는 태도를 버리고 주님의 것으로 바꾸었다. 빛이신 주님을 만나 자신과 삶의 태도의 죄스러움을 발견했던 거다. “주님,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루카 5, 8).” 그물이 찢어질 정도로 많이 잡힌 고기를 보고 베드로가 예수님 앞에 무릎을 꿇고 한 말이다. 주님이 나의 죄를 적발하시는 게 아니라 주님의 빛이 어두운 곳에 감추어져 있던 나의 죄스러움을 드러나게 한다. 그래서 스스로 회심하고 회개하게 초대하신다.
인생길에서 단 한 번 전격적으로 회심하는 게 아니라 여러 번 그렇게 하면서 점점 하느님과 가까워진다. 태양을 맨눈으로 직접 보면 눈을 다치는 것처럼 참 빛이신 주님을 한 번에 직접 뵙게 되면 죄의 무게와 후회의 괴로움이 너무 커서 죽을 거다. 그것이 잘못인 줄 깨닫게 된 것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그런 줄 모르고 있는 것들이 훨씬 더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의 죄를 없애주시려고 주님이 행하신 보속이 얼마나 큰지 알게 되면 너무 송구해서 그 자리에서 차라리 죽어 없어지는 게 나을 거다. 그래서 하느님은 우리가 견딜 수 있고 감당할 수 있을 만큼씩만 우리의 잘못과 죄스러움을 발견하게 해주신다. 하느님은 인자하시고 참 좋은 분이시다.
그런데 무죄한 상태가 회심의 종착지가 아니다. 회심하고 회개하는 이유는 더 많이 더 깊게 더 넓게 사랑하기 위함이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것이 나의 계명이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5, 12).” 감히 예수님처럼 이웃을 사랑하려고 하고 혹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친구를 위해서 예수님처럼 목숨을 내놓는다. 죄를 피하기 위해 팔다리를 잘라내는 단호함과 용기로 이웃을 사랑한다. 그게 우리의 하느님 사랑이다.
예수님, 주님은 죄를 묻지 않으셨습니다. 병자들을 보자마자 치료해주셨고, 죄의 현장에서 붙잡혀 온 여인에게도 죄를 묻지 않으셨습니다. 냄새나는 음식물쓰레기봉투를 뒤져보지 않는 것처럼 저의 죄를 캐보지 않겠습니다. 나약함과 잘못을 인정하고 주님께 용서를 청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저는 외아들까지 아낌없이 내어주시는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과 자비를 믿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어머니의 품은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의 이콘입니다. 그 안에서 성찰하고 고백하고 용서를 청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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