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8일 시끄러운 세상 속에서
저녁 해가 넘어가면 숲은 더 고요해진다. 집을 짓는지 짝을 찾는지 먹거리를 찾았는지 숲을 떠들썩하게 했던 새들도 말이 없다. 조용히 살고 싶다. 침묵과 고요가 참 좋다. 내 마음도 그랬으면 좋겠고 세상은 평온했으면 좋겠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 알아듣는 세상, 말없이 소통하는 세상을 꿈꾼다.
말이 참 많다.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들은 본래 많은 말이 필요 없다. 그것을 거스르려니, 억지를 부르려니 말에 말이 덮어 씌어져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내가 아둔한 탓도 있겠지만 사리에 맞지 않고 거짓을 진실이라고 우기니 잘 알아듣지 못하고 듣는 내내 마음도 어지럽고 무거워진다.
진리는 우리를 자유롭고 평화롭게 한다. 다 드러나 있고, 뻔하고 당연한 것이 진리라고 하던데 세상은 왜 이렇게 시끄러울까? 진리를 찾고 그 안에 살고 싶은 마음이 없기 때문일까?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이들은 도대체 무엇을 찾아 얻으려는 것일까? 그들은 어떤 세상을 꿈꾸는 것일까?
아직 진리를 찾아 얻지는 못했지만 오늘도 그곳을 향해 걸어간다. 그러기 위해서 진실만을 말하고 거짓과 소음에는 침묵으로 반대한다. 진리이신 예수님도 거짓 예언자요 악마의 하수인이라고 몰아세우고(루카 11,15) 심판자를 사형수로 만든 세상이다. 내가 무슨 수로 이런 세상과 맞서 싸워 이길 수 있겠나? 이기지도 못할 싸움을 걸어 또 다른 소음을 만드느니 차라리 침묵으로 저항하겠다. 나의 침묵은 용맹한 전사이신 하느님께 대한 신뢰이고 그분의 손가락이 움직이고 있다(루카 11,20)는 믿음이다. 좋은 말만 하기에도 하루가 짧고 선행과 애덕을 실천하기에도 주어진 생이 넉넉하지 않다. 그리고 예수님과 함께 진리를 찾는 이들을 모아들이는 일을 할 수 있는 시간도 그리 많지 않다.
예수님, 하느님도 죄인으로 만드는 세상이니 무죄한 약자들에게야 얼마나 더 그렇겠습니까? 주님께서 그들을 대신해서 복수해주시고 그들이 잃은 것들을 다 갚아주셔야 합니다. 저는 주님 편에 서 있으려하니 저를 받아주시고 이끌어주소서.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상처 받은 이들을 위로해주시고 악을 악으로 갚지 않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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