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0일(사순 1주일) 사랑과 순종
사랑은 줌이다. 제사가 그 중 하나다. 시간과 공을 들여 준비하고 만든 음식과 제물을 조상과 하느님께 바친다. 돌아가신 부모님이 그 시간에 오셔서 젯밥을 드실 리 없고 하느님께서 우리가 바친 제물이 필요하실 리 없다. 그래도 우리는 바친다. 그분을 존경하고 사랑하기 때문이고, 또 어떻게든 그 마음을 표현하고 싶기 때문이다. 사랑은 과거의 분을 현재로 소환하고 안 보이는 분을 보이게 만드는 힘이 있나보다.
사랑은 더 좋은 것을 주지 못해 부끄럽고 다 주고도 더 주지 못해서 미안해한다. 부모님이 가장 반기실 젯밥은 나의 건강, 남아있는 가족들의 화목일 것이다. 그러면 하느님이 기뻐하실 제물은 무엇일까? 그분의 말씀을 잘 새겨듣고 그분의 계명을 잘 지키는 것이겠지. 그것이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이다.
잘 살고 싶다. 그런데 그런 바람처럼 잘 살지 못한다. 마음은 간절하나 몸이 따라주질 않는 것일까? 아닌 것 같다. 입과 머리로는 하느님을 사랑하고 싶다고 하지만 생리적인 욕구를 채우고 싶은 바람, 내가 원하는 대로 하고 싶은 바람, 죽고 싶지 않은 바람이 내 안에 아주 단단하게 뿌리박고 있다. 그 뿌리가 너무 깊이 박혀 있어서 도저히 뽑을 수 없다. 그렇다고 하느님을 사랑하고 싶은 나의 바람을 거짓이라고 심판받는다면 나는 정말 슬플 것이다. 그것은 진심이기 때문이다.
나를 자주 넘어뜨리는 유혹자는 나보다 천 배 만 배는 강하다. 절대 이길 수 없다. 그는 나보다 나를 더 잘 안다. 특히 나의 약점을 잘 알아서 언제나 거기만 공격한다. 그러니 백전백패일 수밖에. 예수님은 하느님이시지만 나의 이 혼란과 갈등을 잘 아신다. 그분도 유혹을 받으셨다. 그런데 그분은 그와 언쟁하지 않으셨다. 단 한 방에 그를 물리치셨다(루카 4,4.8.12). 그분이 성경에 능통하셨기 때문이 아니라 하느님을 목숨보다 사랑하셨기에 그분의 말씀에 복종하셨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말씀하신다. “내가 내 아버지의 계명을 지켜 그분의 사랑 안에 머무르는 것처럼, 너희도 내 계명을 지키면 내 사랑 안에 머무를 것이다(요한 15,10).”
주님, 잘 살고 싶지만 자주 넘어집니다. 그렇다고 저를 포기하신다면 저에게는 아무런 희망이 없습니다. 다행히도 주님은 저의 이 어려움과 딱한 처지를 잘 알고 계시니 염치없이 매 번 용서를 청하고 새롭게 결심합니다. 광야에서 그리고 겟세마니 동산에서 유혹자를 물리치셨던 그 단순하고 순수한 사랑을 가르쳐주소서.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제 어미도 살아계실 때 제게 필요한 모든 것을 마련해주셨으니 당신의 이 이름을 부르며 청하는 저의 바람을 꼭 이루어주시리라 믿습니다. 저를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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