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3일 섬김과 구원
창세기 저자들은 하느님이 인간과 우주만물을 지어내셨음을 알았다. 그런데 그것들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알지 못했지만 동물과 나무가 죽으면 흙이 되어 땅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생명의 물로 진흙을 만들어 사람을 빚어 그 안에 당신이 숨을 불어 넣어 만드셨다고(창세 2,7) 기록했을 것이다. 하느님은 창조주요 부모이고, 사람은 피조물이고 자녀이다. 자녀가 부모를 그리고 피조물이 창조주를 어떤 마음으로 대해야 하는 지 굳이 설명할 필요 없다.
철이 든 아들이 어머니에게 자신을 키워주신 은혜에 보답하겠다고 하자, 그 어머니는 그럴 필요 없다고 했다. 그 아들을 키우면서 이미 다 받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자녀에게 부모의 보살핌은 절대적이다. 그것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아무런 보상을 바라지 않는 것이 당연할지 모르겠다. 자녀들이 그것을 깨닫기까지 수십 년이 걸린다. 아니 자신이 부모가 되어야 비로소 그것을 깨닫는다.
자녀는 부모를 섬긴다. 그에 대한 급료를 받지 않는다.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피조물이 창조주를, 사람이 하느님을 섬기는 것은 당연하다. 내가 계명을 지키고 기도한 만큼 하느님이 나에게 어떤 보상을 해주어야 할 의무가 있는 게 아니다. 종이 밭일을 마치고 돌아왔다고 주인이 그 보상으로 그에게 저녁상을 차려줘야 할 의무가 있는 게 아니다(루카 17,7). 종은 본래 주인을 섬기는 존재이다. 피조물은 본래 창조주를 섬기는 존재이다.
자녀들을 키움이나 보살핌이라고 하지만 아무런 보답을 바라지 않기 때문에 사실 그것은 완전한 섬김이다. 그런데 섬김은 그 자체로 기쁨이고 또 보상이다. 봉사하고 섬기는 사람들, 보답을 하지 못하는 이들을 섬기는 이들은 이것을 잘 안다. 이들이 진정으로 하느님을 섬기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섬기는 기쁨 속에서 하느님과 함께 살고 있다는 더 깊은 확신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하느님과 하나가 되고 싶은 거룩한 욕망이 더욱 커진다. 이 이상 뭐가 더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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