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4일 돌아가야 할 곳
음악방송은 위로와 희망을 주는 연주와 노래를, 오락방송 진행자들은 평소보다 더 크게 웃는다. 그만큼 국민들이 우울하다는 뜻이다. 집에 갇혀 지내는 것도 그렇지만 만나는 사람을 괜히 의심하게 되는 게 더 우울하게 만든다. 그래서 잃어버린 일상을 회상하고 다시 돌아가기를 바란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런데 한 달 전에는 좋았나?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이런 상황과 어려움을 겪어내느라고 힘든 것 말고는 솔직히 그전과 다르지 않다. 그때도 불안한 미래를 생각하며 한숨짓고 미움과 시기 그리고 반복되는 죄 때문에 괴로웠다. 잃어버린 일상으로 되돌아가도 행복에 대한 갈증은 해소되지 않는다.
내가 돌아가야 할 곳은 1개월 전이 아니라 내 안에 계시고 이웃 안에도 계시는 참 좋으신 하느님의 마음이다. 하느님은 공기 같다고 표현한다. 있는 줄 모르지만 없으면 모두가 죽게 되는 공기처럼 하느님이 모두를 살게 하시는데 세상은 살아계신 그분을 모르고 그냥 저절로 이렇게 사는 것으로 안다. 게다가 갖가지 이유를 대며 하느님은 없다고 주장한다. 그 주장들을 일일이 반박할 지식은 없지만 그렇다고 하느님이 아니 계신 것은 아니다.
나는 하느님을 믿는다. 그분은 절대 공기를 거두지 않으실 거고, 그뿐만 아니라 나의 허다한 죄와 허물을 잊으신다. 예언자들이 알려주었고(미카 7,19; 이사 43,25; 예레 31,34; 에제 18,22), 하느님 마음속에서 나오신 분이(요한 1,18) 증명해 주셨다. 나의 몇 안 되는 선행은 영원히 기억하시지만 삼시 세끼 먹듯 저지른 잘못은 일상처럼 치우신다. “나를 미워하는 자들에게는 조상들의 죄악을 삼 대 사 대 자손들에게까지 갚는다. 그러나 나를 사랑하고 내 계명을 지키는 이들에게는 천대에 이르기까지 자애를 베푼다(탈출 20,5-6; 신명 7,9).”
마음을 열어 참 좋으신 하느님께 돌아간다. 그런 자격은 이미 오래전에 잃었고 회복할 능력도 없지만 그분이 기다리시니 염치고 체면이고 다 버리고 그분께 돌아간다. 살고 싶고 행복하고 싶기 때문이다. 빼앗기고 잃어버리지 않아도 일상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리고 안 보이고 확인할 수 없어도 끝까지 하느님을 믿는 사람은 훨씬 더 행복하다(요한 2,20).
예수님, 주님께서 이웃의 주님께 인사하시니 저도 주님을 따라 그렇게 인사합니다. 세상에 별의별 일이 다 있고 변덕스럽게 그지없지만 하느님 한 분만 한결같으십니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그렇게 기다리시는데 제가 주님을 두고 어디로 가겠습니까?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저를 빚으시고 구원하시는 하느님을 찬미하기 위해 사는 거라고 믿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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