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4일(한가위) 풍요와 감사
한가위는 풍성합니다. 한 해 동안 땀 흘려 수확한 햇곡식 햇과일들로 밥상을 가득 채웁니다. 그 풍성한 식탁 주위에 그동안 못 보던 가족들이 모여서 더욱 그렇습니다. 이에 감사하는 마음이 넉넉하고 풍요롭습니다.
그런데 오랜만에 만나고 삶의 자리도 다르다보니 대화거리도 궁색해서 그 자리가 불편하기도 하지만 모든 것을 다 떠나 가족이기 때문에 그 이상한 어색함을 견디어낼 수 있습니다. 그런 어색함을 견디지 못해 괜히 정치이야기를 꺼내 서로 언성을 높이게 되거나 젊은 조카들에게 취업, 결혼, 출산들을 물어 서로에게 본의 아니게 상처 주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그 시간은 그 자리에 먼저 그리고 함께 계셨던 분들을 기억하고 그분들의 삶을 이야기하고 감사하는 때입니다.
명절을 쇠러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곳에는 부모님이 계시고 내가 자라난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수시로 얼굴을 보며 연락할 수 있지만 그래도 그 자리로 돌아가서 자신의 신원과 기원을 새삼 재확인하게 되어 경건해지기도 합니다. 귀향길의 고생이 의미가 있습니다.
명절의 모습이 많이 바뀌기는 했지만 그 의미는 같습니다. 풍요로움, 귀향 그리고 감사입니다. 거기에 우리 그리스도인은 우리 모두의 고향이 된 하늘나라의 진정한 풍요로움과 우리 모두의 아버지이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차례를 지냄이 우상숭배라고 마음 불편해하지 말아야 합니다. 부모님과 조상들을 기억하고 감사하지 않는 사람이 하느님을 공경하고 그분께 감사할 리 없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아름다운 풍속입니다. 이 모든 것을 베풀어주신 하느님을 기억하고 감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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