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해 9월 5일(연중 제23주일) 사리 분별 능력
거짓 정보를 퍼뜨리지 못하게 하는 법을 만드는 게 쉽지 않은 모양이다. 예전에는 신문과 9시 뉴스가 전부였는데 지금은 정말 많은 매체가 있으니 그중에 사실과 진실을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 그런 법 이전에 진실만을 말하려 하고 또 홍수 같은 소식 중에서 진실을 가려내는 능력이 있어야 하겠다.
운동경기에서 우리 팀이 이기기를 바라는 것처럼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좋아하는 이들이 전하는 보도만을 사실로 믿으려고 한다. 매체들의 알고리즘은 우리의 이런 본성적인 성향을 부추겨서 계층과 집단 사이 대립을 더 심하게 만든다. 사건은 과거라서 그 자체는 알 수 없고 그에 대한 해석이 남는다. 그래서 사리 분별능력이 필요하고, 그 능력은 진리를 사랑하고 목말라 하는 마음에서 생긴다. 진리는 내 밖에 있고, 내가 진리를 내 안으로 받아들이는 거다. 거기에 순종하여 구원되고 자유로워진다.
예수님은 귀먹고 말 더듬는 이를 고쳐주셨다. 예수님은 그를 군중에게서 떼어내셨고 그의 귀에 손을 넣고 침을 발라 그의 혀에 대셨다. 그리고 하늘을 우러러 ‘열려라.’하고 말씀하시자 곧바로 그의 귀가 열리고 제대로 말하게 됐다(마르 7,33-35). 예수님과 따로 단둘이 있고 그분의 몸에 닿아 귀가 열리고 혀가 풀린다.
수많은 소리와 보도 중에 예수님의 말씀을 가려내야 한다. 하느님 말씀이라고 독특하고 아주 특별해서 단번에 알아챌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런 거였다면 예수님이 십자가에 처형되지 않으셨을 거다. 예수님은 지금도 여전히 세상 한가운데서 일하고 계시니 주님의 활동 소식을 들을 수 있다. 어떤 것이 주님의 소식인지 가려내는 게 아니라 내가 주님의 목소리를 듣기 원하는지 그리고 그 말씀대로 살기를 바라는지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이리 떼 속에서 순한 어린양으로 살 준비가 되어 있고, 반대하는 이들의 표적이 되어도 괜찮다면 주님의 목소리를 가려들을 수 있을 거다. 거센 바람에 모래가 날아가 그 안에 있던 보물이 드러나는 것처럼 소음 속에서 여린 진리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거다.
예수님, 세상을 만드실 때 만드신 것을 보고 참 좋다고 하셨던 것처럼(창세 1,31) 주님이 하신 일들은 다 훌륭합니다(마르 7,37). 주님과 접촉하면 귀가 열리고 혀가 풀립니다. 절름거리던 다리에도 힘이 생겨 사슴처럼 뛰게 됩니다(이사 35.5-6). 주님의 시대는 이미 시작됐고, 주님의 나라는 세상 한복판에서 나무처럼 자라고 있습니다. 저는 그것을 찾아 그 안에서 살기를 바랍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엄마는 군중 속에서 잃어버린 아이를 바로 찾아내는 능력을 지녔습니다. 제가 아드님의 목소리를 가려낼 수 있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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