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0일 시험
시험이 싫다. 시험을 준비하는 시간 동안 놀지 못하고 좋아하는 것들도 할 수 없다. 시험 때는 긴장하고 답을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당황하고 시험이 끝나면 속상해하는 이 모든 과정이 정말 싫다. 그냥 배우면 되지 않느냐고 하면 시험이 없으면 공부를 하겠냐고 반문한다. 그럴 것 같다.
그것을 좋아하면 시험이 없어도 공부하지 말래도 할 거다.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 한다. 나에게 주어진 인생은 죽음을 준비하는 시간이 아니다. 하느님의 무서운 심판을 피하려고 노력하는 시간이 아니다. 그렇다면 수십 년을 숨 막혀 어떻게 살겠나? 그렇게 생각하는 이들에게 그날은 하느님께서는 자신의 죄가 적혀 있는 장부책을 펼치시는 날일 거다. 이게 사실이라면 차라리 이것을 모르고 사는 게 좋다. 아나 모르나 어차피 그런 시험을 잘 치르지 못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인생은 불안하고 초조하게 시험을 준비기간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배우고 공부하며 즐기는 시간이다. 이런 삶을 사랑한다면 새로운 것을 알고 발견하는 기쁨은 물론이고 그에 따르는 어려움과 고통도 함께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세상 그냥 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
하느님의 시험은 그분 앞에서 혼자 치르는 구두시험일 것 같다. 동료도 부모도 배우자도 없이 혼자서 치른다. 시험, 심판이라는 말에 마음이 무거워지지만, 그 시험문제를 알고 그 해답도 안다면 불안도 두려움도 없다. 그분의 질문은 하나 혹은 둘이다. ‘사랑했느냐?’ ‘가장 작은이들에게 얼마나 잘 해주었느냐?’이다. 시험문제도 그 답안도 가르쳐주신다. 오늘이 그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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