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2일 하늘에서와 같이 내 안에서도
예수님은 참된 행복을 약속하셨다. 그 약속들은 인생 대역전극 같다. 지금 굶주리는 사람은 배부르게 되고, 지금 우는 사람은 웃게 될 것이란다(루카 6,21-22). 하지만 그런 일은 흥부전에서나 있는 일이다. 굶주리는 사람은 계속 배고프고 우는 사람은 눈물을 그칠 수가 없다. 그리고 지금까지 오랜 세월동안 그래왔는데 앞으로도 좀처럼 바뀔 것 같지도 않다. 예수님이 세상물정을 너무 모르셔서 누구나 착하게 살면 언젠가 복을 받을 것이라고 소년 같은 감성으로 말씀하신 것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분도 짧지 않은 시간동안 땀 흘려 일해 돈을 벌어야 하셨고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이 사는 이야기를 다 들으셨다. 세상 돌아가는 모양새를 유심히 지켜보셨다. 그러니 그분이 말씀하신 행복은 인생 대역전극은 아니다.
재벌은 모두 행복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없다. 돈과 권력은 행복의 필수조건이 아님을 잘 안다. 행복은 어떤 내적인 상태로, 만족이나 평화 같은 것이다. 자신이 바라는 것이 이루어질 때 이런 상태가 될 것 같지만 그것은 상상 속에서나 그렇다. 실제로 그렇게 되면 기분은 좋지만 상상했던 것과는 달리 뭔가 부족하고 불안하다. 좋았던 그 기분도 그 때뿐이다.
하느님 아버지의 품에서 나오신 예수님이 우리에게 무엇을 전해주시려고 했겠는가? 당연히 그것은 당신이 계셨던 하느님의 품이다. 예수님은 당신이 떠나오신 아버지의 그 품을 그리워하며 사셨을 것이다. 그분은 당신을 따르는 사람들도 그곳을 그리워하기를 바라셨을 것이고. 그런 사람들이 비록 여기서는 이상한 사람들로, 때로는 심지어 당신처럼 범법자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그 바람이 그런 오해와 모욕 그리고 고통까지도 견디어내게 해 줄 것이라고 믿으셨다. 그런 사람들과 함께 생활한다면 정말 행복할 것이다. 그 공동체의 꿈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그런 곳을 함께 그리워하고 목말라했음 그 자체로 행복할 것 같다.
그곳은 자신의 의롭고 선한 꿈을 이루려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 아니다. 그 사람들의 그리움은 하느님의 품이고 그 바람은 하느님의 기쁨이다. 하느님의 마음이 어디를 향해 있고 당신이 어디에서 기뻐하시는 지 잘 안다. 이웃이 바로 그곳이다. 모든 참된 종교와 현자들은 자기 해방을 말한다. 우리는 그것을 사랑이라고 말한다. 사랑은 본성적으로 이타적이다. 그래서 나의 행복은 너의 기쁨 안에 있다. 본성상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우리에는 정말 큰 도전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오늘도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나의 구원을 위하여(필리 2,12) 하느님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내 안에서도 이루어지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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