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8일(성 아우구스티노) 노는 날
새벽에 눈을 뜨면 드는 첫 생각, 주님이 아니라 일들이다. 무슨 요일, 여기저기 미사, 몇 시 약속, 아직 못 끝낸 작업들이다. 아이들은 어떨까? 그들에게도 걱정거리가 있을까? 오늘은 뭐하고 놀까하는 계획을 할까? 아닐 것 같다. 눈 뜨자마자 우선 엄마를 찾고 그 다음부터는 그냥 놀기 시작할 것 같다.
영성생활은 정적이지 않고 역동적이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움직이고 활동하기 때문이다. 나의 영은 내 모든 삶과 움직임의 시작이며, 그것들의 원리가 담겨 있다. 세례, 수도서원, 사제품 이 모든 것의 의미는 봉헌, 봉사, 헌신, 희생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다. 이타적인 삶에 감동받고 그것을 지향하지만 내 삶의 현실은 그것에 한참 못 미친다. 이제는 이런 고백과 실망도 익숙해져가는 느낌이다.
어쩌면 처음부터 그런 삶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할 수 없지만 하느님은 하실 수 있다고 믿는다.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 덜 이기적이고 조금 더 이타적이 될 것이다. 너무 조금이라서 그 변화를 알 수 없을 정도라고 믿는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친히, 또 우리를 사랑하시고 당신의 은총으로 영원한 격려와 좋은 희망을 주신 하느님 우리 아버지께서, 여러분의 마음을 격려하시고 여러분의 힘을 북돋우시어 온갖 좋은 일과 좋은 말을 하게 해 주시기를 빕니다(2테살 2,16-17).” 그런데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아 보여 걱정이다.
오늘 기억하는 아우구스티노 성인을 방탕한 생활에서 거룩한 삶으로 회심한 분으로 말하곤 한다. 하지만 어찌 사람이 한 순간에 그렇게 변하겠나? 성인은 계속 찾았다. 영혼이 쉴 수 있는 가장 안전한 곳을 찾았고, 마침내 그 자리를 예수님 안에서 찾았다. 이는 바오로 사도가 다마스커스에서 주님을 만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아무 것도 찾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주님을 만날 수 없다. 더 큰 선, 더 깊은 사랑, 더 넒은 자비를 찾지 않으면 자기 자신이라는 지극히 작은 세상에 갇혀 살다가 끝내 한 줌의 흙으로 흩어져버리고 말 것이다. 그 갈망이 나를 무겁지 않게 만들기를 바란다, 아이들에게는 모든 하루가 노는 날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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