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7일 어려운 선택
“그분처럼 말하는 사람은 지금까지 하나도 없었습니다(요한 7,46).” 예수님을 붙들러 갔던 성전 경비병들이 빈손으로 와서 한 말이다. 예수님이 하신 말씀 중에는 파격적이고 위험한 발언들이 많았다. ‘성전을 허물어라,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이라도 용서해라.’ ‘이웃을 사랑하고 원수를 미워하라고 들었지만 나는 이렇게 말한다. 원수를 사랑하여라.’ ‘너는 죄를 용서 받았다.’ ‘아버지와 나는 하나다.’ 이런 엄청난 말들을 거침없이 자연스럽게 쏟아내셨다. 마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진리를 소유하고 있는 것처럼, 하느님을 직접 보고 또 그분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것처럼 당당하고 담대하게 말씀하셨다.
누구나 이런 말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들 모두가 말한 대로 실천하며 살지는 못한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렇게 사셨고 또 당신께는 기적들이 뒤따랐기 때문에 사람들이 당신의 말씀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그 중 하나가 니코데모이다. 그는 바리사이고 최고의원이었다. 그는 예수님을 눈여겨보았고 그분에게 끌렸다. 그러나 현실적 한계를 뛰어넘지는 못해서 그는 아무도 보지 못하게 밤에 예수님을 찾아왔고, 거기서 엄청난 이야기들을 듣게 되었다(요한 3,1-21). 모두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하느님께서 보내셨다고 믿는 분이 하시는 말씀이니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러니 그는 그 날 밤부터 혼란스러웠을 것이 분명하다. 지금까지 배우고 연구하고 수련해서 단단하게 쌓아올린 것들이 뒤흔들리는 것 같았을 것이다. 그 안에서 지진이 일어난 것이다.
그토록 열심히 살았고 배운 것도 많은 사람들이 왜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살해했는지 의문이다. 그들의 선입견. 편견, 오만 그리고 정치적인 목적, 즉 로마제국의 식민지배에서 공동체를 보존하려고 그랬다고 신학자들은 말한다. 예수님이 그들이 원하고 바랐던 모습이 아니었을 수도 있겠다. 다 설득력이 있는 주장들이다. 그러면 오늘 여기 있는 나는 어떤가? 하느님 편에 서 있다고 자신할 수 있나?
성전경비병의 고백과 니코데모의 행동이 마음을 움직인다. 그 둘은 신분과 지적인 면에서 많이 다른 이들이었지만 비슷했다. 그 공통점은 아마도 순수함일 것 같다. 그 둘은 있는 그대로 보았고 양심의 소리에 따라 행동했다. 일반적으로 그런 사람들과 그들의 말은 공동체를 불편하게 한다. 작은 목소리지만 공동체 전체를 흔들어 놓고, 개인의 양심을 날카롭게 찔러 아프게 한다. 그러니 사람들이 그들을 좋아할 리가 없다. 그러니 순수한 마음과 깨끗한 양심을 가지는 것은 그리 반가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그른 일이라고 막아설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오늘도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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