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8일 그분과 함께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당신의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에 대한 예고를 세 번이나 하셨다. 그러나 그 때마다 제자들은 엉뚱한 반응을 보였다. 예수님의 말씀이 이해하기 어려워서가 아니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예수님의 말씀을 순전히 세속적인 차원에서 이해했기 때문이었을 것 같다. 많은 어려움과 고난을 극복하고 나면 좋은 결과가 생길 것이라고 알아들었을 것이다. 진짜로 죽고, 정말로 부활한다는 것으로 알아듣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누가 이들을 비난할 수 있겠나?
사순시기를 시작하며 선행과 극기와 보속의 결심을 했지만 벌써 무너졌다. 깊은 감동과 자신의 굳은 결심만으로는 현실적으로는 아무런 보상이 주어지지 않을 이 결심들을 지속적으로 실천해나갈 수 없는 것 같다. 제자들은 예수님이 영광스럽게 될 때에 자신들에게 합당한 보상을 기대했지만, 예수님도 그 이후에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날지 잘 모르셨던 것 같고, 게다가 그것은 당신의 권한이 아님을 분명하게 밝히셨다. “내 오른쪽과 왼쪽에 앉는 것은 내가 허락할 일이 아니라, 내 아버지께서 정하신 이들에게 돌아가는 것이다(마태 20,23).”
예수님의 제자, 하느님의 자녀로서 하느님께 현실적인 복을 바라고 청하는 것이 어찌 잘못이라고 탓할 수 있을까마는, 그분이 초자연적이고 영적인 분이심을 믿는다면 그보다는 그분만이 주실 수 있는 더 좋은 것을 청하는 것이 합당하지 않을까? 그것이 현실적인 삶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모르지만, 우리가 더욱 예수님을 닮은 하느님의 사람으로서 살 수 있게 해줄 것은 분명하다. 여러 사람들과 갖가지 관계를 맺고 살지만 결국 우리는 혼자 와서 홀로 살다가 혼자 떠나간다. 이 외롭고 죄 많은 이를 끝까지 섬겨주시고 몸값을 치러주신 참 좋으신 분과 함께 산다,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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