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해 8월 30일 임마누엘
성탄절을 성대하고 매우 기쁘게 지낸다. 부활절은 더 성대하게 지내고 이어지는 부활시기는 성탄보다 훨씬 더 길다. 이 두 큰 전례는 하느님이 우리 안으로 들어오셨고, 우리와 함께 계심을 알린다. 하느님은 임마누엘이시다.
세례를 받지 않았어도 세상에는 절대적인 어떤 것이 있음을 안다. 아마 지구상에서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지 않는 존재는 인간뿐일 거다. 나무도 동물도 흙과 돌도 그것에 복종한다. 그들은 우리가 복종해야 할 어떤 절대적인 것이 있다고 그들의 온 삶으로 증언한다. 오직 사람만 그 앞에서 복종 불복종을 저울질하고 취사선택하여 복종하는 것 같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내가 믿든 안 믿든, 복종하든 복종하지 않든 하느님은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것이다.
그런데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 사신다는 가르침은 솔직히 반갑지 않다. 아마도 지위가 높은 사람과 함께 지내는 불편함을 알고, 또 하느님을 우리의 잘못을 캐고 지적하고 벌주는 존재로 알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하느님이 이런 분이라면 성탄절과 부활절을 그렇게 성대하고 기쁘게 지내지 않을 거다. 하느님은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셔서 외아드님까지 아낌없이 내어주신 분이다. 그분은 종처럼 우리를 섬기시면서 우리가 두려움이 아니라 신뢰와 사랑으로 하느님께 순종하게 하신다. 우리가 찾고 부르고 내 옆에 내 안에 우리 가운데 계신 분이 바로 이런 분이시다.
사람만 하느님을 취사선택하려고 한다. 내가 아니라 하느님이 심판자라는 걸 잊어버리면 안 된다. 그 복종은 두려움이 아니라 신뢰와 사랑의 표현이다. 신앙이 나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해결해주지 못하고 또 그것 때문에 죽게 되어도 나는 그분의 말씀을 심판할 수 없다. 나보다 앞서 살았던 많은 사람이 그것을 증언했다. 피조물답게 하느님 말씀을 겸손하게 듣고 따른다. 잘 못하는 것도 겸손하게 인정하고 자비와 용서를 구하며 하느님께 순종한다, 내 주위 다른 모든 피조물이 하는 것처럼.
예수님, 주님을 거부했던 나자렛 사람들을 이해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메시아라고 하는데, 믿기 어려웠을 겁니다. 하지만 그 이후 주님의 말씀과 행동 그리고 십자가 사건 이후 제자들의 완전한 변신을 보고도 믿지 않은 건 그들의 책임입니다. 겸손하지 못하고 자신 밖으로 나가는 걸 두려워하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 이들은 하느님이 왕자로 태어나시고 혹은 하늘에서 빛나는 모습으로 내려오셔도 믿지 않을 겁니다. 저는 어떤 일이 있어도 끝까지 주님을 믿습니다. 제 소망이 이루어지게 은총으로 제 믿음을 더 순수하게 해주소서.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하느님께 당신 자신을 내어 맡기셨던 그 신뢰를 제게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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