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9일 가장 편한 시간
예수님은 귀먹고 말 더듬는 사람을 치유해주셨다(마르 7,32-35). 예수님의 치료는 언제나 단순했다. 어쩌면 당신에게는 그런 것들이 필요 없지만 환자가 자신에게 뭔가 치료 행위가 행해졌음을 느끼게 하시려고 그런 일들을 하셨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사람에게 하신 일은 조금 특별했다. 그를 군중에게서 따로 떼어내셨다. 그가 잘 듣지 못하고 말을 더듬는 가장 큰 이유가 군중 속에 있었기 때문이었나 보다. 그리고 당신과 단 둘이 있게 하셨다. 창조주와 피조물, 심판자와 죄인, 하느님과 인간이 단 둘이 있는 시간이다. 덜덜 떨리는 두려운 시간일 수도 있고, 그 정반대로 가장 편하고 안정된 시간일 수도 있다.
기도는 하느님과 나와의 단 둘의 관계이다. 그 사이에는 그 어떤 것도 끼어들 수 없는 하느님과 나, 단 둘만이 있는 시간이다. 어떤 이에게는 그 시간이 지극한 두려움의 시간이고, 또 다른 어떤 이에게는 한없이 평화로운 시간이기도 하다. 몇 해 전 어머니가 숨을 거두시기 전에 당신에게 떠오른 것은 당신의 어머니, 나는 한 번도 뵌 적이 없는 외할머니였다. 그분은 ‘천사 같은’ 분이셨다고 말씀하셨다. 어머니에게 이 세상의 가장 편한 휴식처는 당신의 어머니, 외할머니였나 보다. 고단한 생을 마무리하는 그러나 여전히 두려운 죽음의 시간, 안식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그 시간에 하느님은 그렇게 어머니를 가장 편하게 만들어주셨던 것 같다.
홀로 있는 시간은 외로운 시간이 아니다. 감추고 싶은 잘못과 실수, 계획과 성공에 대한 조바심과 실패의 두려움이 먼저 자신을 만나러 나오지만, 주님은 소란스러운 그곳에서 나를 따로 데리고 한적한 곳으로 나가신다. 그리고 거기서 당신과 단 둘이 있게 해주신다. 그 시간은 죄책감, 상처, 불안, 조바심이 나를 귀먹고 말더듬게 하지 못한다. 주님은 엄격한 재판관이 아니라 아무 걱정 없던 어린 시절로, 혹은 어머니의 태로서 나에게 나타나신다. 사실 주님은 그것들보다 훨씬 더 편한 분이시다. 그제야 제대로 들을 수 있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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