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1일 더 크고 좋은 세상으로
예수님은 좋은 일을 많이 하셨다. 그런데 율법, 특히 유다인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안식일 규정은 자주 어기신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런 것을 보면 법의 세계, 옳고 그름만 따지는 세계는 모든 선행을 다 담을 수 없나보다.
바리사이 율법학자들은 그들이 옳다고 믿고 건설한 견고한 세상 안에서 살았다. 그들의 착함은 법을 위반하지 않는 것이었나 보다. 그러니 위법은 곧 악행이었겠다. 그런데 예수님의 위법, 악행이 선행이 되고 말았다. 안식일 규정을 어겼지만, 오그라진 오른 손이 펴졌으니 말이다(루카 6,10). 예수님의 위법이 생명을 주었다.
그들의 눈앞에서 벌어진 이 일은 그들 자신과 그들의 세상에 크고 심각한 도전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어떻게 악행이 생명을 줄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 그들은 그 도전을 받아들여 자신들이 만든 세상을 성찰하고 바꾸려하지 않았다. 그 대신 그 도전을 없애버리는 쪽으로 마음을 정했다. 그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 놓은 견고한 세상을 부술 수는 없었나 보다.
나도 그랬을 것이다. 내가 어떻게 만든 세상인데. 오늘 그 일은 못 본 것, 없었던 것으로 치면 내 세상은 여전히 견고하고 안전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은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그것을 부술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부수는 과정에서 겪을 것 같은 혼란과 아픔이 두렵기 때문이다. 나의 옳음이 곧 선(善)이 아니라고 고백하기 정말 힘들다. 그래도 그렇게 해야 할 것 같다. 언젠가부터 내가 만든 세상이 익숙하고 안전한 것 같긴 한데 왠지 답답하다고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누군가 더 크고 좋은 세상에서 나를 부르는 것 같기 때문이다. “손을 뻗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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