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9월 16일(성 고르넬리오와 치프리아노) 신앙의 순수함

이종훈

9월 16일(성 고르넬리오와 치프리아노) 신앙의 순수함

 

복음서에서 예수님이 감탄하시는 장면이 두 번 있다. 마귀 들린 딸을 고쳐달라고 청했던 한 가나안 부인(마태 15,28)과 사랑하는 노예의 병을 낫게 해달라고 청했던 로마군대 장교(루카 7,1-10)이야기이다. 둘 다 이방인이었고, 예수님이 환자들을 만나지 않고 말씀만으로 치유하셨다. 그런데 두 이야기가 다 나의 삶의 자리와 경험세계와 너무 달라서 그런지 잘 공감되지 않는다.

 

두 이야기의 초점은 치유자이신 예수님이 아니라 두 이방인의 믿음이다. 기적이 믿음을 만들지 않고 믿음이 기적을 만듦을 알려준다. 그도 그럴 것이 치유 받은 그 딸과 노예는 어쩌면 그 후에 다시 병에 걸렸을 수도 있지만 그 엄마와 장교는 예수님을 절대로 잊지 못했을 것이다. 설령 그 딸과 노예가 치유 받지 못하고 죽었어도 그랬을 것이다.

 

오늘날 아프면 병원과 약국에 가고, 마음의 상처를 받으면 심리치료사나 각종 치유프로그램을 찾는다. 그러면 이제 예수님은 무슨 일을 하시나? 예수님은 환자와 그 가족 그리고 치유자들 곁에 계신다. 병이 낫든 아니든, 마음의 상처에서 해방되든 아니든 주님은 우리와 함께 계신다. 치유되면 감사하면서, 그렇지 않으면 원망하면서 우리는 주님이 우리와 함께 계심을 고백한다.

 

신의(神醫)는 환자를 보기만 해도 병의 원인과 그 치료법을 알지만 환자를 안심시켜주려고 문진과 진맥을 한다고 한다. 그것이 그에게는 불필요한 행동이지만 환자에게는 아주 큰 위로가 된다. 응급실에 도착해서 이름과 아픈 곳을 물어보는 간호사의 말만 들어도 벌써 아픔이 사라지기 시작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것과 같다. 예수님이 병자들을 만지시고 마귀에게 호통을 치신 것, 아니 치유행위가 사람들에게 당신이 구세주이심을 알고 믿게 하시려 함이었을 것이다.

 

믿는 이는 구원을 받는다. 그런데 믿으면 앓는 병이 낫고 삶의 어려움이 해결되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그런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으니 말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기도와 믿음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말하는 것은 그 사람뿐만 아니라 주님께 대한 모독이다. 그들은 그의 병과 삶의 고통을 없애주지 못해서 주님이 얼마나 마음 아프셨고, 그런데도 주님 곁에 끝까지 머물렀던 그의 순수한 신앙을 몰랐기 때문이다.

 

예수님, 저에게 믿음을 더해주소서. 저를 사랑하시는 주님이 저를 고통스럽게 하실 리 없습니다. 그런데도 고통은 저의 믿음을 시험해서 더욱 순수하게 만드는 좋은 도구가 됩니다. 낫든 안 낫든, 성공하든 실패하든, 주님께서 저와 함께 계심을 믿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신앙의 길에서 지쳤을 때 위로해주시고 포기하고 싶을 때 용기를 얻어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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