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월 18일 변방 사람들

이종훈

1월 18일 변방 사람들

 

예수님은 세리였던 레위(마태오)를 제자로 삼으셨다. 그가 원해서가 아니라 예수님이 그를 부르셨다. 그는 그게 그렇게 기쁘고 자랑스러웠나 보다. 그 부르심에 즉시 응답하고 큰 잔치까지 벌였다. 유유상종이니 그 자리에 초대된 이들도 다 그렇고 그런 사람들이었다. “예수님께서 그의 집에서 음식을 잡수시게 되었는데, 많은 세리와 죄인도 예수님과 그분의 제자들과 자리를 함께하였다. 이런 이들이 예수님을 많이 따르고 있었기 때문이다(마르 2,15).”

 

‘이런 이들’? 바라사이파 율법학자들은 그들을 죄인이라고 규정했지만(마르 2,16), 그들은 범죄자 집단이 아니었다. 율법 테두리에서 벗어나 있는 변방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하느님의 법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이들의 눈에 그들은 죄인이었지만 정작 그 법의 제정자인 하느님의 눈에 그들은 집을 나가 못 돌아오고 있는 작은딸·아들이었다.

 

왜 못 돌아왔을까? 생계가 그들의 발목을 잡고 있었을 것이다. 세상에 어느 누가 죄를 좋아하겠나? 먹고려고 하다 보니 어쩌다 그렇게 돼버렸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이건 아닌데' 하면서도 그 자리에 어정쩡하게 있게 된 것이겠지. 그들은 하느님의 법이 어떤 건지 대충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법률가 정도는 아니어도 파란불에 가고 빨간불에 서고, 남을 해치거나 남의 것에 손대면 안 되고, 여유가 없어도 어려운 이웃을 돕고 아야 하는 줄 아는 것처럼 말이다. 알면서도 하지 못하고 그러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끊지 못하는 게 그들이었을 것이다. 사실 우리도 그렇지 않나?

 

다 보니 그렇게 됐고, 시간이 흘렀지만 불편한 마음으로 여전히 그렇게 어정쩡하게 았다. 그곳으로 다시 돌아가자니 쑥스럽고 그곳으로 들어가자니 안 된다고 문전에서 거부당할까 겁났을 것이다. 그래서 예수님이 그들을 찾아오셨다. 동구 밖에서 돌아오는 작은아들을 반기는 그 속없는 아버지처럼(루카 15,20) 예수님은 그들을 찾아 어울리셨다. 그들은 예수님을 환영하고 좋아했겠지만 주류였던 율법학자들은 예수님이 못마땅했다. 그래서였을까, 그분을 아예 전 밖으로 쫓아냈다. 하느님의 집인 전 밖 언덕에서 그분을 처형했다. 집주인을 집밖으로 내몰았다. 주인 없는 집, 그 의미와 정신을 잊어버린 율법 준수, 사랑 없는 신앙이 돼버렸다. 그러면 지금은....

 

주님, 당신의 충실한 종 프란치스코는 자꾸 변방으로 나오라고 합니다. 거기에 주님이 계신 가 봅니다. 여기 계신 줄 알았는데....

 

영원한 도움의 모님, 아님 계신 곳을 알려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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