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0월 10일 가난한 우리 하느님

이종훈

10월 10일 가난한 우리 하느님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찾아라, 너희가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 누구든지 청하는 이는 받고, 찾는 이는 얻고, 문을 두드리는 이에게는 열릴 것이다(루카 11,9-10).” 과연 하느님다운 예수님의 말씀이고 신나는 약속이다.

 

자녀인 우리가 아버지인 하느님께 청함은 당연하다. 그리고 하느님 앞에서 악한 것을 청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어려운 문제 해결, 가족과 사랑하는 이들의 건강, 위험 중의 보호, 곤경에서 해방 등 사는 데 다 필요하고 절실한 것들이다. 자녀들이 원하는 것은 모두 거기에 가장 좋은 것을 사주고 싶지 않은 부모가 어디 있을까? 그런데 왜 우리 하느님은 그렇게 오랜 시간 청하고 매달렸는데도 주시지 않는 걸까?

 

어떤 신학자가 말했다, 우리 하느님은 가난뱅이가 되셨다고. 당신의 외아들까지 내어주셨으니 더 이상 줄 게 없다고. 말라키 예언자가 고발한 내용이 오늘 우리의 현실인 것 같다. “너희는 이렇게 말하였다. ‘하느님을 섬기는 것은 헛된 일이다. 만군의 주님의 명령을 지킨다고, 그분 앞에서 슬프게 걷는다고 무슨 이득이 있느냐? 오히려 이제 우리는 거만한 자들이 행복하다고 말해야 한다. 악을 저지르는 자들이 번성하고 하느님을 시험하고도 화를 입지 않는다(말라 13,14-15).’” 우리 하느님은 정말 가난뱅이라서 악한 이들을 벌주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을 주실 수 없는 걸까?

 

연로하신 부모님은 자녀들에게 더 이상 주지 못할 뿐만 아니라 보살펴드려야 한다. 그런데도 자녀들은 그분이 그렇게라도 살아계심에 고마워하고 마음 든든해한다. 그들에게 보이지 않는 힘이 되어주기 때문일 거다. 어쩌면 우리 하느님도 세상을 뒤집어엎을 힘이 없고 우리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하실 지도 모른다. 불룩했던 하느님의 주머니에는 이제 아무것도 없다. 거기에 있던 것들을 남김없이, 다 나와 믿는 이들의 마음에 옮겨주셨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아버지 하느님의 모든 것을 넘겨받으셨고 그분은 다시 우리에게 그런 당신을 통째로 넘겨주신다. 그리고 약속하셨다. “너희가 악해도 자녀들에게는 좋은 것을 줄 줄 알거든,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야 당신께 청하는 이들에게 성령을 얼마나 더 잘 주시겠느냐?(루카 11,13)”

 

예수님, 주님은 당신 가진 모든 것을 저에게 주셨습니다. 그런데도 계속 무엇인가 청하며 기도하는 것은 무엇을 더 달라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일이 벌어져도 주님 곁을 떠나지 말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주님이 길이요 진리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시기 때문입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오늘도 어머니께 이러저러한 것들을 청합니다. 이 세상사는 동안 끝까지 그렇게 기도하면서 제가 주님 곁에 꼭 붙어 있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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