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0월 19일 사랑스러운 초대

이종훈

10월 19일 사랑스러운 초대

 

요즘 거의 매일 아침 숲은 짙은 안개에 덮인다. 그 안의 숲은 정말 고요하다. 적막해서 그리고 보이지 않아 조용하다.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이슬방울 소리가 전부이다. 그 작은 이슬방울 소리는 누군가 그 안에 있음을 살며시 놀라지 않게 알려주는 것 같다.

 

짙은 안개 속에서는 앞이 보이지 않아 불편하거나 무서울 수도 있지만 반대로 편안할 수도 있다. 구약에서 연기나 안개와 구름 등으로 하느님의 현존을 표현했던 이유를 알 것 같다. 그 안에서는 적군을 볼 수 없어 긴장되고 두렵지만 그 반대로 적군도 나를 발견할 수 없을 테니 편안하다. 그 안에서 나의 죄와 잘못이 잘 보이지 않고 모든 허물이 덮인다. 거기서는 마음의 상처와 죄책감의 괴로움도 나를 흔들지 못한다. 게다가 유혹하며 공격하는 놈도 나를 발견하지 못하니 편안하다. 그래서 하느님 안에서는 모두가 온전하고 평화롭다.

 

그 하느님이 한 사람으로 우리 동네에서 우리와 함께 사셨다. 함께 사는 사람들 중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나를 괴롭히지 않아도 그냥 불편한 사람이 있다. 예수님도 그러셨을 것이다. 사람들은 예수님을 미남으로 그리지만 그건 그냥 바람이다. 예수님을 좋아하는 사람 또 무관심하거나 싫어하는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사람이니 그건 그럴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분이 하신 말씀과 행하신 일들마저 부정하거나 싫어해서는 안 되었다. 예수님은 당신을 미워하는 사람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그 일들을 하고 있다면, 나를 믿지 않더라도 그 일들은 믿어라. 그러면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고 내가 아버지 안에 있다는 것을 너희가 깨달아 알게 될 것이다(요한 10,38).”

 

예수님은 세상에 칼을(마태 10,4) 주시고 불을 지르러 오셨다(루카 12,49). 그러나 그분은 세상을 뒤집어엎는 혁명가는 아니셨다. 그 대신 그분은 각자의 내면에서 혁명을 일으키신다. 그것은 세상의 혁명처럼 요란하고 폭력적이지 않다. 아침 안개처럼 고요와 평화 속에서 아무도 보지 못하는 곳에서 나와 단 둘이 만나 삶을 바꾸게 부드럽고 다정하게 초대하신다. 나를 광야로 꾀어내신다. “이제 나는 그 여자를 달래어 광야로 데리고 가서 다정히 말하리라(호세 2,16. 이제 나는 그를 꾀어내어 빈들로 나가 사랑을 속삭여주리라(공동번역).)” 성령께서는 이렇게 나를 부르시고 이끄신다. 예수님이 미남이 아니라 싫다고 그분의 초대를 거절하면 한 된다. 마음 안에서 그렇게 꼬여내듯 정중하고 다정스럽게 말씀을 건네 오시는 데 그것마저 거부한다면 나중에 성부 오른쪽에 앉아 계신 분도 그를 모른다고 하실 수밖에 없을 거다(루카 12,9).

 

예수님, 아직도 세상은 주님을 잘 모르지만 저도 그런 것 같습니다. 저를 위해 대신 벌을 받고 죽는 일은 상상 속에서도 없으니 제가 믿는 하느님의 사랑은 그저 제 수준입니다. 정말 그럴까하는 의문이 들 때마다 정말이라고 믿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제 어미의 사랑보다 더 큰 자애로 하느님의 사랑을 가르쳐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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