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1월 22일(성녀 체칠리아) 하느님을 만남

이종훈

11월 22일(성녀 체칠리아) 하느님을 만남

 

서구에서는 헌금을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성당도 있다고 한다.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 교통카드로 띡!하고 요금을 지불하는 것처럼 말이다. 불경한 것 같은 느낌도 들지만 지갑에 현금을 거의 지니고 다니지 않는 요즘의 현실을 감안하면 시대적인 요구라는 생각도 든다. 사실 예전에는 달걀, 감자, 고구마, 닭, 염소 등 현물들을 봉헌했음을 기억하면 현금에서 신용카드 결제로 봉헌하는 것도 헌금 방식의 단순한 외적변화라고 이해해도 될 것 같다.한국교회도 얼마 안 있어 그렇게 되지 않을까?

 

언제 어디서나 문제는 본질이 흐려지는 것이다. 교우들의 헌금은 성당 유지와 복음화사업 그리고 교회의 공직자들인 사제들의 생활비로 쓰인다. 예루살렘 성전에서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런데도 예수님이 그렇게 불같이 역정을 내신 것을 보면(루카 19,45-46) 우리가 모르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게 분명하다. 게다가 4복음서가 모두 이 사건을 기록한 것을 보면 이는 역사적 사실이고 또 예수님의 선교사명에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예수님이 죄인들이 받는 요한 세례자에게 세례를 받으신 것처럼 말이다.

 

예수님이 화를 내신 것은 환전하고 봉헌제물을 사고 팔고 하는 그 행위 자체가 아니라 상인들과 사제들 사이에 얽혀 있는 불순한 관계, 검은 거래들을 아셨기 때문이라고 학자들은 말한다. 아니기를 바라지만 사제들도 인간인지라 편리성과 재화 축적에 마음을 빼앗길 수 있다. 물론 교우들의 편의, 성당보수와 유지, 선교활동에 필요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리라 믿는다.

 

예수님의 그 성전 정화 행위는 당신을 죽음으로 이끄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상인들과 불순한 관계와 검은 거래를 고발하며 정의를 외쳤기 때문이라기보다는 하느님의 집, 아버지의 집을 너무나 사랑하셨기 때문이었다. 당신을 집어삼키는 그분의 열정과 순수함이 제자들을 일깨웠다(요한 2,17). 그 대신 성전 사제들은 매우 불쾌했다. 예수님이 모두가 다 아는 비밀을 들추어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 곁을 떠나지 않아서 그때 권력자들은 예수님께 손을 대지 못했다(루카 19,48). 목마르고 가난한 사람들이 그분을 지켰다. 이제는 그분을 지켜드리지 않아도 된다. 그분은 다시 죽지 않으시기 때문이다. 오히려 우리가 그분을 떠나지 않아야 한다.

 

살아있는 성전이신 예수님, 성당이 아니어도 언제 어디서나 주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세상은 변하고 발전해서 예전에 교회가 하던 일들을 세상이 하고 있습니다. 결국에는 세상이 그 대부분을 맡아 하겠지요. 그래도 마지막 한 가지, 참 하느님을 만나는 일은 교회의 몫으로 남게 될 겁니다. 거기에는 큰돈과 많은 봉사자가 필요 없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저희를 아드님과 더 가까워지게 이끌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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