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1월 24일(그리스도왕 대축일) 우리보다 더 낮아지신 임금님

이종훈

11월 24일(그리스도왕 대축일) 우리보다 더 낮아지신 임금님

 

참다운 권위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따르게 하고, 그렇지 못할 때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한다. 이 정도의 권위가 되려면 이성적이고 정의로운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사람들이 그에게 크고 작은 은혜를 입었어야 할 것이다.

 

전례력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며 예수 그리스도가 온 누리의 임금임을 기억한다. 임금은 최고의 권위를 상징하지만, 우리 임금님은 종처럼 당신의 백성들을 섬겼고 나아가 그들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 그분의 십자가 형틀에는 각 언어로 ‘유다인의 임금 나자렛 예수’라는 푯말이 붙어 있었다(요한 19,20). 물론 그 때는 조롱하는 의미로 그렇게 써 붙였겠지만, 그분은 정말 온 인류의 임금이 되셨다. 그분은 당신이 가르치신 그대로 가장 낮은 자리로 내려가 백성들을 섬기셔서 가장 큰 사람, 우리의 임금이 되셨다(마태 18,4). 물론 그 ‘우리’는 하늘나라에 들기를 갈망하는 사람들이다.

 

예수님은 죄인들을 구원하기 위해서 십자가 위에서 희생되셨다. 사실 너무 많이 들어서 귀에 익은 것이지 우리는 이해할 수 없고 도저히 따라할 수 없는 행동이다. 예수님은 여기서 사시면서 당신의 신적인 능력을 자신을 위해서 사용해보라는 유혹을 수차례 받으셨다. 공생활을 시작하시기 전 광야에서 그런 일을 당하셨지만, 그것보다는 십자가에 고통스럽게 죽어갈 때 받으셨던 유혹이 가장 컸을 것이다. “네가 유다인들의 임금이라면 너 자신이나 구원해 보아라(루카 23,37).” 사람들은 십자가 위에서 내려와 보라며 예수님께 비아냥거렸다(마태 27,41-44). 그것이 단순한 모욕이었다면 견디시기 훨씬 수월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유혹이어서 과연 그것이 아버지의 뜻인지 혼란스럽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세상의 죄를 뒤집어쓰고 버려지는 것이 아버지 하느님이 원하시는 것이라고 믿으셔야했다. 너무 낮아지고 작아져서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분은 승리하고, 우리는 구원 받았다. 십자가 위에서 비참한 모습으로 남아계셨기 때문이다. 그분은 우리와 끝까지 같이 계셔주셨다. 비참한 인간의 모습이 더럽고 흉측하고 추하다고 해서 버리지 않고 끌어 안으셨다. 세상에서 사는 동안 겪는 삶의 수고와 고통뿐만 아니라 인간의 죄와 그 끔찍할 정도로 비참한 그 결과를 고스란히 다 받아들이셨다. 죄를 지으실 수 없으신 분이 죄인의 모습까지도 우리와 같아지셨다. 세상에는 이런 사랑은 없다. 주님이 우리의 임금이신 것은 다윗의 자손이기 때문도 하느님의 아들이기 때문도 아니다. 그분은 우리를 그렇게 사랑하시기 때문이고 또 그렇게 아버지 하느님을 사랑하시기 때문이다. 이런 분에게 복종하지 않는다면 어디에서 구원의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저의 주님, 저희 하느님이신 예수님, 그날 그 도둑이 하늘나라까지 훔쳤다고들 하지만(루카 25,43), 사실 우리 모두가 그렇습니다. 단지 그의 죄가 발각되어 세상에 드러났을 뿐입니다. 우리도 그처럼 하늘나라를 훔친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저의 죄와 양심의 가책에 짓눌리지 않고 아드님이 보여주신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을 신뢰하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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