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월 16일 부적이 아니라 계명

이종훈
1월 16일 부적이 아니라 계명

언젠가 한 사제 형제가 자신이 무당이 된 것 같다고 푸념했다. 미사예물 때문이었다. 성찬례를 주례하는 게 마치 돈 받고 굿을 하거나 제사를 지내는 것 같다는 뜻이었다. 미신이나 사이비 종교는 부적을 잘 쓰거나 용한 주술사가 적합한 주술을 외우고 또는 지성으로 제사를 지내면 액운을 막고 바라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가르친다. 마치 수학공식이나 물리법칙처럼 그렇게 하면 언제나 같은 결과를 얻는다고 가르친다. 반면 우리는 하느님을 섬기고 주님의 계명을 충실히 지킨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지 그건 잘 모르겠다.

오늘 첫 번째 독서에서 이스라엘군은 주님의 계약 궤를 진중에 모셔오면 반드시 필리스티아 군대를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전보다 더 처참하게 패배했다(1사무 4,10-11). 주님과 맺은 계약, 주님의 말씀과 계명이 담겨 있는 궤는 액운을 막고 행운을 주는 부적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삶의 목적과 살아가는 방식이 담겨 있으니 그것은 이미 우리 마음 안에 들어 있다.

우리는 하느님께 많은 것을 청한다. 그러면서도 나보다 나를 더 잘 아시고 사랑하시는 하느님은 내가 말하기도 전에 내게 필요한 것을 아신다고 믿는다. 우리는 하느님을 조정할 수 없다. 그분은 완전히 자유로우셔서 당신이 하시고 싶은 대로 하신다. 그분은 당신이 주시고 싶은 것을 원하시는 때에 당신만의 방법으로 주신다. 그분은 신비로운 분이시다.

우리는 하느님을 섬긴다. 예수님 안에서 계시되신 하느님을 뵙고 그분을 통해서 가르쳐주신 그분의 계명을 지키며 그분을 따라 산다. 두 번째 독서는 우리가 믿고 따르는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 아주 잘 보여준다. 그 당시 나병환자는 사람들 근처에 갈 수 없게 되어 있었는데 그 나병환자는 예수님께 다가와서 “스승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마르 1,40).”라고 말했다. 나병을 고쳐달라고 청하지도 못할 만큼 그의 자존감은 완전히 무너져 있었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으니 그는 큰 화를 당할 각오를 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청한 것이 고작 그 정도였다. 예수님의 마음은 무너졌다. 그분은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시며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마르 1,41).”라고 대답하셨다. 손을 대지 않고도 그를 치유하실 수 있었지만 그분은 그에게 손을 대셨다. 그에게 그게 필요했기 때문이었을 거다.

신성과 인성, 거룩함과 비참함, 빛과 어둠, 생명과 죽음이 서로 만났다. 하느님의 사랑이 세상으로 내려왔다. 우리는 바로 그분을 섬기고 그분의 계명을 지킨다. 계명을 지킴, 하느님 안에 머무름, 하느님의 다스림, 하느님을 사랑함, 하느님 나라의 시민. 다 같은 말이다.

예수님, 당신은 저의 주님이십니다. 생명의 말씀을 갖고 계신데 제가 당신을 두고 누구를 찾아가겠습니까? 사는데 이것저것 필요한 것이 많습니다. 아버지 하느님은 그것을 이미 다 알고 계신다고 말씀하셨으니 그 말씀을 믿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무슨 좋은 일을 할까, 어떻게 이웃을 도울까, 어떤 게 하느님의 뜻일까 찾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하느님이 원하시는 것을 할 수 있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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