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2월 8일 듣는 마음

이종훈

2월 8일 듣는 마음 

 

분열은 비구원을, 하나 됨은 구원을 상징한다. 사랑하는 연인이 결혼해서 하나가 되었을 때 큰 행복감을 느끼는 것도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도 일치감을 체험하기 때문일 거다. 그 밖에도 합창을 하거나 공연장에서 한 가수를 따라 환호하며 노래 부를 때, 운동경기에서 서로 같은 팀을 응원하거나 선거에서 같은 후보자를 지지할 때 서로 잘 모르면서도 너그러워지는 것도 바로 이 일치감 때문일 것 같다.

 

이런 일치감이 주는 행복은 우리가 모두는 어디에선가 떨어져 나왔고 그곳을 찾고 있음을 의미한다. 서로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내가 그에게로 넘어가고 그에게 나를 열어주어야 한다. 동양에서 인간은 작은 우주라고 하니 서로의 결합은 크기와 규모는 작아도 두 우주가 하나가 되는 아주 큰 사건이다. 그래서 어렵고 또 그래서 큰 행복감을 주는 것 같다.

 

하나 됨은 행복감을 선사하나 행복 그 자체는 아니다. 공연장이나 경기장에서만 하나가 되고, 의견이 일치할 때 그리고 서로 뜨거워질 때만 하나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일치감은 일시적이고 제한적이다. 우리는 항구하게 하나가 되어 완전해기를 갈구한다.

 

인생을 긴 순례라고 말하곤 한다. 이 순례의 끝은 하느님이고 예수님이 그 길이다. 순례는 그 자체가 수고스럽고 때론 고통스럽기까지 한 것이다. 하지만 늘 그렇다면 아무도 못 갈 거다. 잠깐씩이지만 그 길에서 일치감으로 행복감을 누리면서 쳐진 어깨를 펴고 지친 다리에 힘을 주며 또 다시 걸어갈 수 있다. 달콤한 낮잠과 같은 휴식이나 양식 같은 이 일치감을 얻는 가장 쉬운 길은 연민이다. 이것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마음이다. 연민은 나를 그에게로 가게하고 그리고 그에게 나를 열게 해준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도 솔로몬처럼 듣는 마음을(1열왕 3,9) 청해야 한다. 가장 작은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막으면 그들 안에서 하시는 주님의 말씀도 들을 수 없다.

 

예수님, 저희는 목자 없는 양들 같아서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그냥 무리가 몰려가는 대로 이리로 저리로 우르르 몰려다닙니다. 나 홀로만 걸어갈 만큼 교만하지 않고 그렇다고 무리가 몰려가는 대로만 무조건 쫓아다닐 만큼 어리석지도 않습니다. 교만하지도 어리석지 않지 않게 저에게도 듣는 마음을 가르쳐주시면 저는 거기서 지혜를 얻을 겁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사실 제가 해야 할 말은 한 가지, ‘예. 말씀하소서. 당신 종이 듣습니다.’입니다. 그 이상은 모두 소음입니다. 잘 듣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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