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2월 25일 비슷해서 다른 길

이종훈

2월 25일 비슷해서 다른 길

 

예수님은 고독하셨다. 공생활 전에는 부모님과 그리고 공생활 중에는 제자들과 함께 지내셨고 자주 군중들에게 둘러싸여 계셨지만 그분은 고독하셨다. 하느님을 보고 아는 유일한 사람(요한 6,46; 8,38)으로서 그분은 이 세상에서 절대적으로 고독하게 사셨다. 사랑하는 어머니조차 당신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으니(마르 3,21.31) 세상 속물들이었던 제자들에게 그런 것을 기대하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였다.

 

세상을 지독하게 사랑하시는 아버지 하느님의 마음을 전하시려 가능한 쉽게 가르치시고, 치유 구마에 심지어 죽은 이를 살려내시기까지 온 힘을 쏟으셨지만 사람들은 좀처럼 믿지 않았다. 제자들이라도 그분을 조금이라도 이해했다면 무너지는 그분의 마음에 큰 위로가 되었을 텐데.

 

제자들은 서로 누가 제일 높으냐고 말다툼을 했다(마르 9,34). 예수님은 산에서 앞으로 예루살렘에서 당신이 겪으실 수난과 죽음을 내다보셨고, 동네로 오시자마자 벙어리 귀머거리 마귀를 쫓아내신 후였으며, 게다가 두 번째로 스승의 수난과 죽음의 예고를 들은 후이기도 했다. 제자들은 들어도 듣지 못하고 보아도 보지 못했다. 남 얘기가 아니다.

 

하느님을 찾는다고 길을 나선지 수십 년이 됐는데 최근에야 번지수가 틀렸음을 알았다. 비슷하지만 그래서 다른 길이었다. 예수님은 그런 제자들 보는 앞에서 어린이 하나를 끌어 안으셨다. 그리고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이런 어린이 하나를 내 이름으로 받아들이면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리고 나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나를 보내신 분을 받아들이는 것이다(마르 9,37).” 사랑스러운 어린이가 아니라 가장 작은이로서의 어린이다. 어느 정치인이 말했던 ‘투명인간’ 같은 사람들이다. 있어도 없는 사람들이다. 남자화장실에 청소도구를 들고 있으면 그가 여자여도 아무도 불평하지 않는 그런 사람들이다. 바로 그들 안에 하느님이 계신다는 뜻으로 읽힌다. 한 마리에 한 닢도 안 하는 참새까지 보살피고 계시는 우리 하느님이시다(마태 10,29). 세상은 무시하고 존중하지 않아도 하느님에게는 사랑스러운 이들이다. 그리고 예수님은 그들과 함께 사시겠다고 하셨다(마태 25,40). 그러니 하느님이 안 계신 것 같았던 거다. 번지수가 틀렸다.

 

주님, 책 안에 성당 안에 고요 속에만 계신 줄 알았던 것 같습니다. 비슷하지만 그래서 다른 길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가장 살아 있는 것 같이 느꼈을 때가 가난한 이웃들과 어울려 살 때였습니다. 이제 어디로 가야할지 압니다. 어떻게 주님을 기쁘게 해드리고 사랑해야 하는 줄 이제야 알게 됐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주님의 길을 보여주시고 이끌어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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