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2월 26일(재의 수요일) 사순시기를 시작하며

이종훈

2월 26일(재의 수요일) 사순시기를 시작하며

 

‘주님 부활 대축일을 기쁘게 맞으려면 이 사순시기 동안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그래서 이 기간에 희생과 극기의 표징으로 금육과 단식을 실천하며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에 동참한다.’ 매일미사 사순시기를 설명하는 글 중에 나오는 말이다. 매년 맞는 솔직히 별로 반갑지 않은 전례시기이고 매 년 보는 똑같은 글이라서 대각선으로 훑고 넘어가는 부분이었는데...

 

부활대축일을 기쁘게 맞으려면 사순시기 동안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는 말이 마음에 와 

 닿는다. 기도는 하느님을 만나는 하나의 작은 수련이다. 기도는 지루하고 분심과 잡념에 시달리면서도 하느님께로 향하겠다는 지향을 새롭게 닦아내는 시간이다. 그리고 기도는 생활의 축소판 같아서 30분 길면 1 시간 동안 하루살이 중 만나고 겪는 일들의 핵심과 본질적인 부분을 미리 경험한다. 기도의 이런 원리처럼 이 사순시기도 세상살이에서 유혹과 혼란 그리고 도전과 선택 중에 하느님의 뜻을 따라,  스승이며 주님이신 예수님처럼 살아가기 위한 조금 긴 수련시간이다.

 

누구에게나 미래는 불안하다고 한다. 왜냐하면 내일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란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그 주장은 일부는 맞고 일부는 그렇지 않다. 오늘 하루 그리고 내일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렇다고 미래를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인생의 마지막에는 누구나 하느님을 직접 뵙게 됨을 알고 믿기 때문이다. 인생이 떠나온 하느님 품과 잃어버린 에덴동산으로 돌아가는 긴 여행길인지, 아니면 하느님과 그분의 집을 찾아가는 순례길인지, 어떻게 정의하는 것이 옳은지 잘 모르겠지만 하느님을 만나러 가는 길이라는 점에서는 둘 다 마찬가지다.

 

그 길이 누구에게는 희망이고 다른 누구에게는 불안이고 두려움이다. 그것이 희망인 사람은 오늘을 잘 준비하고 하느님의 뜻을 찾는 사람들이며, 그렇지 않은 사람은 하느님을 믿지 않는 이들이다. 하느님이 나를 빚으실 때 실수하셔서 내가 이 모양인지, 저 멀리 할아버지 할머니가 따먹지 말라는 과일을 따먹는 바람에 이렇게 된 것인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여하튼 나는 하느님의 뜻을 잘 못 알아듣고 언제나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정의요 때론 감히 하느님의 뜻이라고 우겨 다치기 부지기수다. 그래서 절제와 금욕이라는 훈련이 필요하다. 훈련과 수련은 본디 재미없고 지루하고 고된 법이다. 결과는 과정 안에 이미 담겨 있고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오늘을 잘 산 이에게 내일은 희망이고 인생을 그렇게 산 이들에게 마지막은 끝이 아니라 폴짝 건너감이다. 이번 사순에는 어떤 절제와 극기 수련하고 어떤 희생을 봉헌할까?

 

예수님, 어제 하루 종일 내린 비가 맑은 새벽하늘과 유난히 빛나는 별빛을 선물했습니다. 아직 어둡지만 저 멀리 보이는 골짜기에 안개가 마치 운해처럼 깔립니다. 동트면 사진 한 장 찍어야겠네요. 요즘 도시 이웃들은 코로나 때문에 정말 고생이 많은데 저만 이렇게 지내 정말 정말 미안합니다. 뭐라도 돕고 싶지만 할 수 있는 게 없어 보입니다. 하자는 대로 잘 따르고 환자들과 전투하듯 고생하는 의료진과 공무원 형제자매들을 위해서 기도합니다. 이 또한 지나갈 것을 알지만 그 시간을 견디는 것은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주님께서 함께 하심을 믿습니다. 저희 모두에게 지혜와 인내를 주소서.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저희를 도와주십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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