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2월 28일 마음의 단식

이종훈

2월 28일 마음의 단식

 

단식은 사람이 살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욕구를 거스르는 행위다. 의료 목적이 아닌 단식은 하나밖에 없는 생명보다 더 귀하고 가치 있는 무엇이 있음을 자신에게 알리는 것이다.

 

재의 수요일과 성주간 금요일 혹은 매주 금요일 등 특별한 날에 참회 행위로 단식한다. 그런데 그날이 지나면 다시 먹는다. 평소에는 일부러도 안 먹기도 하는데, 단식하는 날이면 식탐은 나에겐 전혀 유혹이 아닌데도 이상하게 더 먹고 싶다. 배고픔을 느끼며 먹고 싶어도 못 먹는 이웃들과 억울한 일을 당해도 그것을 그냥 참아 받아야 하는 이웃들을 생각하며 몇 시간만이라도 그렇게 가난한 이웃들과 하나가 된다. 그렇지만 다시 배불리 먹으면 가난한 이웃들을 잊어버린다.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이런 단식이 나의 구원에 도움이 될까? 주님을 기쁘게 해드릴 수 있을까? 마음 없는 예절, 실천 없는 의식, 결심 없는 기도는 하느님과 가까워지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해야 할 일을 다 했으니 하느님 앞에 당당해졌다고 착각하게 만든다. 교만해지기 쉽다. 단식은 마음과 영혼의 단식으로 이어져야 한다. 배고파서 먹는 것과 기분 나쁘고 서운하다고 혹은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이웃을 비난하고 미워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우리는 마음이 그렇게 하는 것을 계속 허락해왔는지도 모른다. 식욕은 살기 위한 기본적인 욕구이니 그것을 충족시켜주는 것처럼 이웃을 비방하고 미워하는 것도 인간은 다 그런 거라도 하면서 말이다.

 

특별한 날에 의무적으로 한 끼 거르는 것 그리고 경배 행위에 참석하는 것과 외형적인 계명 준수만으로는 하느님과 가까워지지 못한다. 마음을 하느님께 돌려야 한다. 억울한 수난과 죽음으로 우리에게 호소하시는 예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바꾸어야 한다. 험담 비방 비난을 입에서 치우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나와 다르고 나를 서운하고 아프게 한 이웃까지 포함해서 모든 사람들을 미워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도 된다고 내 마음에게 허락해 주지 않아야 한다. 그럴 때마다 그러면 못 쓴다고 마음에게 따끔하게 일러주어야 한다. 이게 주님께서 기뻐하실 단식이다.

 

예수님, 주님의 제자들은 먹을 게 없어서 굶기는 했어도 일부러 단식은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주님과 함께 있는 데 그럴 필요 없었겠지요. 하지만 주님이 붙잡히시고 그렇게 수난하고 돌아가셨을 때 그들은 먹을 게 있어도 먹을 수 없었을 겁니다. 그들의 마음이 되어 봅니다. 주님을 잃어버린 세상살이와 하느님 잊어버린 끔찍한 세상을 상상하며 그런 일이 제 안에서 벌어지지 않게 조심하고 깨어 있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아드님을 잃어버리지 않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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