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5일 당신 말고는 도와줄 이가 없는데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찾아라, 너희가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 누구든지 청하는 이는 받고, 찾는 이는 얻고, 문을 두드리는 이에게는 열릴 것이다(마태 7,7-8).” 이보다 하느님 다운 말씀이 더 있을까?
그 말씀을 믿고 기도손을 모은다. 그런데 십자가 위에 저렇게 매달려 계신 분께 무엇을 청할 수 있나? 꾸짖는 것처럼 들렸던 그 신학자의 충격적인 말이 떠오른다. ‘외아들까지 다 내어주셔서 가난뱅이가 되어버린 하느님께 청하지 말라. 그분은 더 이상 줄 게 없으시다.’ 그렇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다 알려주시고 다 주셨다. 하늘 저 높은 곳에 계셔서 나와 아무 상관 없는 분인 줄 알았는데 그분은 이제 나의 아버지가 되셨고, 아드님은 형제자매 친구가 되셨다. 천지창조 때부터 우리에게 주시려고 마련해두셨던 걸 이미 다 주셨다(마태 25,34).
다 주고도 더 주지 못해 미안해하는 게 부모의 마음이고 사랑이란다. 죄인인 우리도 그런데 아드님이 그리될 줄 아시면서도 아드님을 세상에 보내시며 당신을 아버지라 부르게 하신 우리 하느님은 도대체 얼마나 나를 사랑하시는 걸까?
우리 하느님은 다 내주신 분이다. “그러므로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 이것이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이다(마태 7,12).” 하느님은 내가 당신께 뭘 어떻게 해드리기를 바라시나? 아니, 그전에 하느님이 내게 뭘 어떻게 해주기를 바라나? 가난뱅이가 되어버린 하느님께 도대체 뭘 바라나?
예수님, 바보처럼 살다 가신 주님께 뭘 바라겠습니까? 그래도 바라는 게 있다면 그것은 바보처럼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그리될 줄 뻔히 알면서도 그 길로만 가실 수 있었던 확신입니다. 지금 전염병 때문에 온 세상이 난리지만 끔찍한 전쟁도 이겨냈는데 그깟 병균 하나 해치우지 못하겠습니까? 해답은 저희에게 내주신 모든 것 안에 있을 겁니다. 그건 찾아내면 될 테고, 제가 주님께 바라는 건 아버지 하느님만 바랐던 가난한 그 마음입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저의 주님, 저희의 임금님, 당신은 유일한 분이십니다. 외로운 저를 도와주소서. 당신 말고는 도와줄 이가 없습니다(에스 4,17).”라고 기도했던 에스텔의 가난한 마음을 가르쳐주소서. 당신은 그걸 잘 알고 계실 테니까요.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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