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3월 8일(사순 2주일) 이정표

이종훈

3월 8일(사순 2주일) 이정표

 

작심삼일. 딱 사흘이었다. 머리에 재를 얹으며 결심했던 사순시기 보속과 극기의 행위는 사흘 만에 실패했다. 기호식품을 끊고, 나쁜 생활습관을 고치고, 인터넷이나 TV 보는 시간을 줄이는 걸 못했다고 큰 죄가 되겠냐마는 그런 작은 결심 하나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자신에게 실망스럽고 왠지 주님께 죄송스럽다.

 

나의 의지는 딱 거기까지인가 보다. 뒤돌아보면 매번 매년 그랬다. 결심은 뜨겁지만 유혹은 훨씬 더 뜨겁다. 평소 차갑던 이성(理性)도 유혹의 그 뜨거움에 바로 노예가 되어버리고 만다. 합리성과 융통성뿐만 아니라 사랑과 거룩함도 그 유혹에 넘어가야 하는 합당한 이유가 되어버린다. 정말 나를 믿으면 안 된다.

 

넘어짐이 아니라 다시 일어나지 않음이 실패라고 한다. 사흘 만에 실패했지만 다시 시작한다. 나의 의지를 시험하고 유혹을 이기는 힘을 키우기 위해서가 아니다. 반복된 경험을 통해서 나의 의지력을 믿어서는 안 됨을 너무나 잘 아는데 이번에는 해낼 거라고 기대하는 건 어리석은 것이다. 이제는 나의 굳은 결심이 아니라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그 동기가 되고 유혹을 피하고 욕망과 맞서 싸우는 무기요 방패로 삼는다. 그래서 사순시기 작은 극기 보속 희생은 인생 순례 길의 이정표가 된다. 우리는 여기서 하느님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하느님의 집을 찾아가는 중이기 때문이다. 내가 나를 거스름은 의지력을 키움이 아니라 나를 부르시고 기다리시는 하느님을 사랑함이다.

 

고난 고통 실패 좌절 절망은 인생의 반갑지 않은 동반자이다. 삶이 고통이란 말도 그래서 생겨났을 거다. 하지만 신앙은 그런 것들에게 의미와 희망을 준다. 우리는 먹고살기 위해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을 살게 하려고 이런 것들을 겪는다. 생명이라는 선(善)을 추구하다 겪는 시련과 고통이다. 더 큰 생명, 영원한 생명을 추구한다면 그것들도 더 클 것이다. 그렇다고 겁먹을 필요는 없다. 그건 이미 예수님께서 다 짊어지셨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 몫만 짊어지면 되고 넘어지더라도 체념과 낙담하지 말고 다시 일어나 앞으로 가면 된다. 다시 일어나고 시작할 수 있는 새로운 힘이 바로 하느님 사랑이다. 여기만 보면 억지로 해야 하겠지만 눈을 들어 저기를 보면 저절로 힘이 생겨난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마태 17,5).”

 

주님, 그 산에서 베드로가 초막 셋을 지어 바치겠다는 말을 하느님은 끊어버리시고 주님 말씀을 잘 들으라고 하셨습니다. 입 다물고 주님만 따르라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언젠가 떠나갈 세상에 미련 두지 말고 영원히 살게 될 그 집을 더 그리워하라는 뜻이겠죠. 주님은 세상 사는 법과 떠나는 법을 모두 가르치고 몸소 보여주셨으니 주님 뒤를 따릅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나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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