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3월 21일 충실한 그리스도인

이종훈

3월 21일 충실한 그리스도인

 

교회 안에서 자주 듣는 ‘열심한 그리스도인’보다는 ‘충실한 그리스도인’이라는 표현이 더 좋다. ‘열심한’이란 말이 문법적으로 맞지 않거니와 그런 사람은 자기 주도적으로 신앙을 사는 것 같기 때문이다. 반면에 충실한 그리스도인은 완전하지는 않아도 자기 의지보다는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도록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든다.

 

기도는 말이나 생각을 많이 하는 게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을 잘 드는 거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매일 기도할 때 외웠던 첫말도 “이스라엘아, 들어라!(신명 6,4; 9,1)”이었다고 한다. 사실 우리 하느님은 청하기도 전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이미 알고 계신다(마태 6,8). 그리고 숨은 일도 다 보신다(마태 6,4.6.18). 아담과 하와가 동산 나무 뒤에 숨어있는 걸 하느님이 몰라 “너 어디 있느냐(창세 3,9)?”하며 찾으신 게 아니다. “제가 앉거나 서거나 당신께서는 아시고 제 생각을 멀리서도 알아채십니다. … 당신 얼을 피해 어디로 가겠습니까? 당신 얼굴 피해 어디로 달아나겠습니까(시편 139,2.7)?” 하느님 앞에서 숨길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이런 믿음이 누구에게는 두려움이지만 다른 어떤 이에게는 구원이다. 어떻게 부끄럽지 않고 두렵지 않겠나? 그런 우리에게 하느님은 아드님까지 저렇게 내어주시며 괜찮으니 당신께 돌아오라고 외치시는 거다. 돌아와 당신 말씀을 잘 듣고 그렇게 살라고 말씀하시는 거다.

 

지옥에 간 사목회장이 거기서 본당 신부님을 만나 반가워(?) 인사하며 신부님이 어떻게 여기에 오셨냐고 묻자 그의 입을 막으며 저기 주교님이 계시니까 조용히 하라고 했단다. 우스갯소리다. 한낱 신분이나 종교적 의무 이행으로 하느님의 눈을 가릴 수 없다. 그 바리사이는 성전에서 혼잣말로 기도하며 자신은 떳떳하다고 했지만, 하느님은 가슴을 치며 뉘우친 그 세리를 의롭다고 인정해 주셨다(루카 18,9-14). 그러니 부서진 영혼과 겸손해진 정신을 숫양과 황소의 번제물로, 수만 마리의 살진 양으로 받아 주시기를 청한다(다니 3,39). 하느님이 정말로 바라시는 것은 희생 제물이 아니라 신의(호세 6,6)라고 하셨으니 언제 어디서나 어떤 상황에서든 하느님의 뜻을 찾고 따르려고 노력한다.

 

예수님, 주님의 삶은 곧 하느님의 뜻이었습니다. 주님을 사랑하고 따른다고 하며 자꾸 엉뚱한 곳을 바라보는 저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이런 저를 부르시고 사랑하시는 주님을 믿고 또다시 하느님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저에게도 이루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그대로 실천하려고 노력합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제가 ‘예.’할 것과 ‘아니오.’할 것을 잘 구별하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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