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4월 8일(성주간 수요일) 비폭력

이종훈

4월 8일(성주간 수요일) 비폭력

 

유다 이스카리옷은 왜 스승 예수님을 배반했을까? 복음서는 그걸 밝히지 않는다. 예수님의 삶을 소재로 만든 영화들도 제각기 다르게 해석한다. 마태오 복음에서 그는 예수님을 체포하려고 기회를 찾던 수석 사제들에게 “내가 그분을 여러분에게 넘겨주면 나에게 무엇을 주실 작정입니까?(마태 26,15)” 하고 물었다. 그는 은전 서른 닢을 받았다고 전한다.

 

그는 뭔가를 바라고 그분을 넘겨주기로 작정했다. 그게 돈이었는지 권력이었는지 혹은 다른 어떤 것이었는지 모르지만 뭔가 얻기를 바랐다. 아마 예수님을 따르기로 결정했을 때도 그랬을 것이다. 자신의 인생을 걸었던 만큼 바라는 것도 컸을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분의 선택과 행동은 자신이 바랐던 것과 점점 거리가 멀어진다고 느꼈다. 차고 넘치는 카리스마와 신비한 능력을 지녔지만 그분은 실패와 패배의 길을 걷는 듯했다. 유다만 탓할 건 아니다. 사실 다른 제자들도 예수님을 이해하지 못했고, 예수님도 그들이 그렇다는 걸 잘 알고 계셨다. 유다는 다른 제자들에 비해 자기 꿈이 너무 크고 머리가 너무 좋았나 보다.

 

그들에게 스승이 그렇게 보였던 것은 그분이 비폭력의 길을 가고 계셨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당신에게 그게 자연스러웠겠지만 조금도 손해 보기를 싫어하는 인간들에게는 매우 부자연스러웠다. 예수님은 세상을 구원하러 오셨고 하늘나라의 평화를 선물하러 오셨다. 평화 안에는 폭력이 없다. 폭력으로는 평화를 이룰 수 없다. 예수님 말씀처럼 “칼을 잡는 자는 모두 칼로 망한다(마태 26,52).” 전쟁하듯 세상을 살아온 그들에게 예수님의 삶은 정말 큰 도전이었을 거다.

 

예수님, 유다의 배반 이야기는 남 얘기가 아닙니다. 주님 말씀은 구구절절 옳지만 따르자니 불안하고 두렵습니다. 육체적인 폭력은 아니더라도 언어, 문화, 제도, 권력이 휘두르는 폭력을 비폭력으로 대하려니 약 오릅니다. 영웅적인 인내심을 발휘해서 한두 번은 그럴 수 있지만 그 이상은 못하겠습니다. 그 말씀대로 살려면 주님이 지니셨던 마음이 필요합니다. 죽음의 폭력도 피하지 않는 큰 확신이 필요합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화나도 화내지 않고, 서운해도 미워하지 않고, 억울하다고 느껴도 저 대신 하느님께서 다 갚아주시고 복수해 주실 거라 믿고 주님의 평화만을 바라며 주님 뒤를 따르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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