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4월 19일(부활 2주일) 좋은 공동체 만들기

이종훈

4월 19일(부활 2주일) 좋은 공동체 만들기

 

하늘나라는 좋은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서로 돕고 이해하려 노력하고 인내하고 용서하며 공동체는 따뜻해지고 모든 이가 언제나 들어가고 싶은 곳이 되어간다.

 

교회는 사도행전에 그려진 초대교회(사도 2,42-47)를 모범으로 삼는다. 함께 모여 기도하고 성찬례에 참여하고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여 궁핍한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사도 4,34). 이게 오늘날도 가능할까? 그 당시는 예수님이 금방 다시 오시는 줄 알았으니 그렇게 사는 게 가능한 건 아니었을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완전하지는 않지만 수도자들이 그와 비슷하게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함께 모여 기도하고 성찬례를 봉헌하고 사유재산을 갖지 않고 모든 것을 한 바구니 담아서 개인이 필요한 만큼 꺼내 쓴다. 그렇다고 해서 수도공동체가 하늘나라는 아니다.

 

어떤 특정 종교단체나 사이비 종교가 그렇게 지내고 가톨릭교회 안에서도 그렇게 사는 이들이 있는 것 같다. 어렸을 때 학교는 안 가도 되지만 주일미사를 궐하는 건 상상할 수 없었고 아버지 명령에 온 가족이 모여 그 지루한 저녁기도를 바쳐야 했다. 함께 모여 기도하고 성찬례를 봉헌하고 재산을 공동으로 소유하는 것은 어떻게 해서든 가능하다. 하지만 하늘나라를 닮은 좋은 공동체의 핵심은 자비와 용서, 즉 사랑이다. 구성원들이 예수님이 가르치시고 몸소 실천하신 용서와 자비를 최고의 가치로 두지 않으면 그 공동체는 하늘나라와 가까워질 수 없다.

 

예수님이 친히 가르쳐주신 주님의 기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용서뿐이고, 그 기도를 가르쳐주시면서 덧붙인 말씀도 용서였다(마태 6,14-15). 죽음의 힘은 정말 강하다. 부고는 모든 것을 멈춰 세우고 모두 그 앞에 모이게 한다. 그것이 희생이라면 그 힘은 더욱 세고 아주 오래 아니 사람들이 살아 있는 한 기억되어 전해진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하느님의 희생을 안다. 예수님이 당신의 희생으로 봉인하여 증언한 자비의 힘을 안다. 세례로 그런 힘을 전해 받았다. 주님께서 상처 입은 몸으로 제자들에게 불어 넣어주신 그 숨을 전해 받았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 이렇게 이르시고 나서 그들에게 숨을 불어넣으며 말씀하셨다. ‘성령을 받아라.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요한 20,21-23).’” 그전에는 못했지만 지금은 할 수 있다, 하려고만 한다면.

 

예수님, “너는 나를 보고서야 믿느냐?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요한 20,29).” 이는 토마스 사도의 불신앙을 꾸짖으신 게 아니라 저희한테 믿으라고 하신 말씀이라고 알아듣습니다. 보이지도 않는 작은 병균에 꼼짝 못 하는 세상입니다. 하느님이 숨을 거둬들이시면 사라질 세상입니다. 그래도 사랑은 남아 있을 겁니다. 좋아함보다는 도움을, 더 나아가 이해의 폭을 넓히고 허물을 덮고 가려주며 용서하는 자비를 가르쳐주소서. 그러면 우리가 하느님 자비의 바다에서 헤엄치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 같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하느님을 신뢰하는 법을 가르쳐주시어 더 많이 베풀며 살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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