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4월 24일 다시 보고 잘 듣기 (+ 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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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4일 다시 보고 잘 듣기

 

죽은 것 같은 나무에서 잎이 나오고 먼지 날리던 땅에서 이름 모를 새순들이 돋아난다. 작은 공사를 한다고 중장비들이 근 한 달 동안 밟아 주저앉은 땅에서도 민들레가 피어 씨를 날리고 제비꽃이 수줍게 피어났다. 매년 겪는 일인데도 늘 감동적이다. 이런 걸 두고 경이롭다고 하나보다. 생명의 힘, 생명의 신비, 생명의 아름다움이다. 생명을 막을 건 정말 아무것도 없다.

 

하느님은 생명의 주인이시다. 그분은 우리를 먹여 살리신다. 하느님 편에 서 있으면 늘 먹을 게 있고 그분과 함께 있으면 평화롭고 그분 안에 있으면 영원히 산다. 그 생명은 이미 여기서 시작되었다. 비록 못난이 교회지만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을 세상에 보여주고 있다. 교회는 시작부터 박해를 받았고 수없이 많은 혹독한 박해를 받고 시련을 견디어내었다. 고위 성직자들의 부패와 일부 성직자들의 추문과 범죄에도 교회는 사라지지 않았다. 어떤 사회학자는 가톨릭교회가 제일 먼저 사라질 것이라고 예언했지만 그도 인정했듯이 그의 예측은 빗나갔고 그의 이론은 틀렸다.

 

생명은 정말 신비롭고 아름답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생명은 사라지지 않는다. 씨를 뿌리거나 심지 않았는데도 싹이 나오고 여기서 뽑으면 저기서 피어난다. 갈라진 시멘트 바닥에도 풀이 자란다. 일부 본당에서 어제부터 조심스럽게 성찬례를 다시 거행하기 시작했다. 미사가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삶에서 매우 중요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미사 참례와 고해성사 등의 의무적인 성사 생활이 그리스도인들 삶의 전부는 아니라는 뜻이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그 자리에서 들은 그대로 실천한다. 서로 사랑한다.

 

전문가들 말처럼 이제 우리는 대규모 집회와 행사를 못할지도 모른다. 주일미사에 꼬박꼬박 참석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는 박해도, 악마의 장난질도 아니고 하느님의 벌은 더욱 아니다. 이런 혼란을 겪는 당신 자녀와 백성에게 하느님은 말씀하신다. 귀 기울여 잘 듣자. 성당에 자주 못 가고 큰 행사는 못해도 마음만 있으면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지 하느님 말씀을 선포할 수 있고 들을 수 있다. 그리고 어려운 이웃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 어쩌면 우리는 화려한 옷을 입고 매일 잔치를 벌이느라 대문 밖에서 병들어 굶어 죽어가는 라자로를 보지 못했던 루카 복음서에 나오는 그 어리석은 부자와 같았는지도 모른다(루카 16,19-21). 집안에 너무 많이 쌓아둬서 썩어 냄새나는 교회보다 밖으로 나가 사랑하느라 상처받은 교회를 더 좋아한다는 교황님 말씀이 생각난다. 그리고 한층 맑아진 공기와 동네 거리를 어슬렁거리는 여우들을 보며 인류 공동의 집을 돌보자는 그분의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는 일종의 예언서가 된 것 같다. 이젠 정말 복음의 본질로 돌아가고 듣고 믿는 대로 살아내야 할 시간이 온 것은 아닐까?p

예수님, 주님의 마음은 연민으로 가득 차 있어 늘 따뜻했고, 아버지 하느님을 죽기까지 신뢰하셔서 마지막까지 당당하셨습니다. 지금 저희는 큰 변화p를 겪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주님의 말씀이 변한 것은 아닙니다. 저희가 자꾸 잊어버리고 잃어버리는 겁니다. 주님이 어떻게 사셨고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 다시 잘 보고 귀 기울여 듣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길의 인도자이시니 주님의 길을 보여주시고 인도하여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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