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4월 28일 잠시 멈춤 (+ 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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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8일 잠시 멈춤

 

사람의 마음은 걱정 공장이라고 한다. 계속 걱정거리를 만들어내고, 그것이 주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궁리하고 일하는 것 같다. 거기에 세상이 심어 놓은 경쟁 유전자가 이기고 앞서가야 한다고 우리들을 다그친다.

 

사람들은 그런 걱정들을 늘어놓으며 기도한다. 그리스도인도 마찬가지다. 어린 자녀가 부모에게 자신의 걱정과 어려움을 해결해달라고 청하는 건 그들의 천부적인 권리일지 모른다. 우리는 하느님을 부모에 비유하곤 한다. 부모는 어린 자녀의 해결사 역할을 해내지만 하느님은 해결사는 아닌 것 같다. 그 대신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의 대화에 슬그머니 끼어들어 마침내 그들의 마음과 눈을 열어주신 것처럼 그분은 내 안에서 쉬지 않고 돌아가는 걱정 기계를 멈추고 당신을 알아보게 하신다.

 

과거로 돌아갈 수 없고 미래는 오지 않았다. 나에게는 오직 현재뿐이다. 지금 여기 말이다. 그런데 이 단순한 진리를 자꾸 잊어버린다. 1등을 하겠다는 욕심과 성공에 대한 집착만 없다면 그때그때 생각하고 궁리해도 그리 늦지 않다. 베드로 사도는 주님께는 하루가 천 년 같고 천 년이 하루 같다고(2베드 3,8) 했다. 주님께는 오직 현재만 있다는 걸 이렇게 표현했을 거다. 많은 영성가들이 말하고 자신들도 그러려고 노력했듯이 현재에만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이 아니라도 내 마음이 이곳저곳으로 날아다니고 쓸데없이 여기저기 기웃거리지 않게 지금 여기에만 있게 나를 붙잡아 두자. 바로 거기에 주님이 계신다.

 

주님은 참 좋으신 분이다. 나보다 나를 더 사랑하신다. 걱정 공장의 소음 때문에 산들바람 같은 그분의 여린 목소리를 잘 듣지 못한다. 하루에 서너 시간씩 고요 속에서 침묵하며 기도할 수는 없지만 단 5분, 아니 2-3분 만이라도 걱정 기계를 멈추고 주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자. 해결책이나 인생의 비법을 알려주진 못하시겠지만 만들지 않아도 되는 걱정들은 보게 해주실 것이다.

 

하느님, 광야에서 만나를 내려주시고 바위에서 샘물이 터져 나오게 하신 분은 모세가 아니라 아버지 하느님이셨습니다.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는 곳에서 선물을 주시고, 살 수 없다고 여겼던 곳에서도 살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저는 하느님을 믿고, 당신을 닮은 저희들의 선한 마음을 믿습니다. 이 믿음이 흔들려 불안해질 때마다 잠시 멈추고 한 발짝 물러나 저를 부르며 기다리시는 주님 곁에 앉습니다. 그리고 들려오는 주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입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잠시 멈출 수 있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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