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5월 25일 세례성사의 은총 (+ 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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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5일 세례성사의 은총

 

하느님은 사람이 되셨다. 힘센 호랑이나 신비로운 학이 아니라 사람이 되셨다. 당신을 가장 닮은 피조물이라 그 안에 살기 편하셔서 그러셨는지, 아니면 반대로 모든 피조물 중에 가장 비천하고 골칫거리라서 그러셨는지 잘 모르겠다. 여하튼 하느님은 지금 나와 같은 모습으로 여기서 사셨다. 내가 지닌 모든 약점들을 지니고 한계 안에서 사셨다.

 

하느님이 사람이 되셔서 인간의 품격을 에덴동산에 살 때의 상태로 되돌려놓으신 건지, 아니면 새로운 차원에 올려놓으신 건지 잘 모르겠지만, 그분이 이 땅에 그리스도인이라는 새로운 인간 혹은 새로운 종(種)을 탄생시키신 것은 분명하다. 우리가 받은 세례는 죄를 씻는 예식이 아니라 재생의 성사이다. 옛날의 나는 죽고 새로운 내가 탄생한 거다. 탐욕과 미움 그리고 죄의 노예는 죽고 하느님의 자녀로 다시 태어난 거다.

 

그렇다고 내가 어제와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하지 않았음은 우리 모두가 잘 안다. 하지만 우리의 선택은 확고하고 우리를 부르신 하느님의 뜻 안에는 양보와 타협이 없다. 오직 하나뿐이다. 예수님을 닮는 거다. 예수님은 승리하셨고, 세상을 이겼다고 말씀하셨다(요한 16,33). 십자가의 수난과 죽음을 앞두고 하신 선언이었다. 그분은 세상의 어둠보다 더 큰 힘과 강력한 무기가 아니라 자기 비움과 순종으로 세상을 이기셨다.

 

우리는 우리의 약점과 잘못을 잘 안다. 그리고 알지 못하고 기억하지 못하는 것들도 있음을 확신한다. 겉으로는 아닌 척하지만 속으로는 부끄럽고 들킬까 봐 불안하다. 그런 것들이 어떻게 내 안에 들어와 함께 살게 됐는지 정말 모르는데, 그놈들은 나가지도 죽지도 않는다. 내가 생각하고 움직일 때마다 항상 따라붙어 발 걸어 넘어뜨리고 이상한 것들을 보여주며 혼란스럽게 만든다. 예수님도 이러셨을까? 그러셨으면 좋겠다. 그래야 나에게도 희망이 생기고 용기가 날 테니까. 또 그래야 나의 선택과 실천이 의미가 있을 테니까. 탐욕, 미움, 복수, 다툼 뭐 이런 것들 속에서 가뜩이나 짧은 인생을 허비할 수는 없다. 내가 받은 세례의 은총 안에는 원수까지 사랑하고 일흔일곱 번이나 용서할 수 있는 능력이 담겨 있다. 이걸 잊어버리기도 하지만 이 능력을 발휘하려 하지 않으니까 잘 안되고 패배하는 거다. 예수님이 그 모범을 보여주셨고 승리하셨다. 그래서 우리는 그분 뒤를 따른다. 이전 것들은 버리고 예수님처럼 하느님을 신뢰하고 그분의 뜻에 순종한다.

 

주님, 저의 선택과 결심은 늘 확고하고 유보가 없습니다. 그러나 실천은 자주 실패합니다. 이런 제가 한심하고 싫지만 이게 저인 걸 어쩌겠습니까? 그리고 바로 이런 저를 부르시고 좋아하고 사랑하신다고 믿습니다. 세상에서 한 사람만이라도 그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봐주고 받아주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지만, 저는 주님이 그러신다는 걸 믿으면 세상에 홀로 남겨져도 혼자가 아닙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세상에서 우리 하느님을 가장 잘 표현하는 이름을 지니셨으니 그 이름에 희망을 걸고 기도하는 저희들을 위로하시고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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