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6월 28일(연중 13주일) 부르심 (+ 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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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8일(연중 13주일) 부르심

 

10년 전쯤 어머니를 간병하는 과정에서 수도사제로서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 적이 있다. 마침 안식년 중이라서 나의 모든 시간을 어머니 간병을 위해 쓸 수 있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하느님께 감사하고 참 은혜로운 시간이었다. 부모 봉양 흉내라도 낼 수 있어서뿐만 아니라 내가 뭐 하는 사람인지 그리고 그동안 어떤 마음으로 살아왔는지 아프게 되돌아보고 부끄러워하며 용서받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큰 병 앞에서 나는 그저 무능한 한 아저씨였다. 게다가 병원비를 비롯한 비용을 지불할 수 없는 가난뱅이였다. 내가 생활하고 쌓여진 경력들은 거기에서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 과정에서 겉으로는 아니라고 말하지만 속으로는 우월감에 젖어 있었음을 발견했다. 참으로 어리석고 한심했다. 봉사가 아니라 명예를, 봉헌이 아니라 성취와 보람을 쫓았다. 그래서 하느님의 부르심에 대한 나의 응답은 거룩한 게 아니라 지독히 이기적인 선택이었다고 생각했다. 부모 봉양은 가족에게 맡기고, 자녀 출산과 양육이라는 힘겨운 인생의 본질적인 책무를 내팽개쳤다고 생각하며 후회하고 부끄러워하며 괴로워했다.

 

그렇다고 되돌릴 수 없었다. 그건 가족과 사랑하는 이들에게 큰 상처가 되고, 특히 고해성사와 면담을 통해서 나를 하느님의 사람이라고 믿고 자신의 아프고 부끄러운 속내를 다 털어놓았던 수많은 사람들에게는 실망을 넘어 모욕이 된다고 생각했다. 종교적인 차원이 아니더라도 윤리 도덕적으로 그럴 수는 없었다. 그것보다 더 큰 유혹은 성소자가 급감하고 사제들의 추문들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니까 어느 사회학자의 주장처럼 지금 나는 종교인들의 막차를 타고 가고 있다는 생각이었다. 수도자나 사제가 더 이상 필요 없는 시간이 도래했다는 생각이 들어 우울했다.

 

이제는 그런 생각으로 우울해지지 않는다. 수도자나 사제는 다른 사람들보다 우월하지 않고 또 그럴 필요도 없다. 그리고 인정, 칭찬받으면 기분은 좋겠지만 그게 참된 행복은 아님을 알았다. 이 세상에 사람들이 살아있는 한 나 같은 사람도 필요하다. 하느님은 몇몇 사람들을 부르셔서 당신의 말씀을 사람들에게 전하라고 하셨다. 예수님도 제자들을 직접 불러 가르치신 후 세상으로 보내셨다. 하느님이 모든 사람의 마음에 대고 직접 말씀하시지 왜 번거롭게 사람들을 불러 훈련시키고 파견하고 그러실까? 잘 모르겠지만 그게 그런 게 아닌가 보다. 하느님은 사람이 사람에게 직접 말로써 행동으로써 전해줘야 하는 것인 가 보다. 그러니까 말씀이 사람이 되셨을 것이고, 그분은 제자들을 부르시고 또 파견하셨을 것이다. 예수님도 홀어머니를 두고 이 일에 투신하셨고, 자녀 양육도 안 하셨다. 말씀을 전하는 일도 부모 봉양과 자녀 양육만큼이나 중요하고 필요하다. 나는 이렇게 인류 공동체에 기여하고 소통한다. 나의 삶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예수님, 좀 늦었지만 이제는 뒤돌아보며 후회하고 자책하며 괴로워하고 뭐 그런 거 안 합니다. 저희를 하느님의 사람들이라고 믿고 저희가 하는 일을 응원하고 도와주는 고마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희는 그 크고 많은 도움에 제대로 보답하지 못합니다. 그 대신 주님이 맡기신 이 책무에 충실합니다. 그들도 되돌려 받을 것을 바라고 도와주지 않았으리라고 믿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자격 없고 부당하다는 유혹이 생기지만, 주님께서 직접 저희를 부르시고 주님 친히 그들에게 갚아주시리라는 믿음으로 그런 유혹들을 피해 가겠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제가 어머니를 사람들에게 알려주면 어머니가 직접 그들에게 아드님을 알려주시고 그들에게 차고 넘치게 갚아주십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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