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9월 5일(첫 토요일 성모신심) 하늘에 있는 나라 (+ 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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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5일(첫 토요일 성모신심) 하늘에 있는 나라

 

지난번 것보다 더 큰 태풍이 올라온다는 데 거짓말이었으면 좋겠다. 이번에는 기상예보가 틀렸으면 좋겠다. 지난 태풍 피해 복구도 다 못했는데 위성사진에 보이는 태풍의 눈이 컴퓨터 조작인 것처럼 너무 크고 또렷하다. 그 수치들이 말하는 위력이 두렵다. 서민들은 코로나로 가뜩이나 생활이 어려운데 하느님은 무심도 하시다.

 

하느님이 전지전능하시다는 고백이 우리가 마음 모아 기도하면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고 태풍이 갑자가 사라지게 됨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안다. 그래도 그러기를 바라고 그렇게 기도한다. 우주를 여행하는 계획을 짜고 영화에서 보던 기술들이 현실이 되었지만 눈에 보이지도 않는 병균과 거대한 태풍 앞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 마스크 쓰고, 거리를 두는 것, 밧줄로 꽁꽁 묶어두는 것 말고는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다. 참 가난하다.

 

그렇다, 우리는 가난하다. 아니 가난해져야 한다. 하느님 말고는 기댈 곳도 바랄 곳도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 유다 임금 아하즈는 예상되는 적군의 침공 앞에서 하느님이 도와주시고 적을 물리쳐주실 것이라는 표징을 청하지 않았다. 하느님이 원하는 표징을 말만 하라고 했는데도 청하지 않겠고 주님을 시험하지 않겠노라고 건방을 떨었다(이사 7,12). 하지만 나는 표징을 청하고 싶다.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걸 보고 알 수 있는 표징을 청한다. 그래서 아무 걱정하지 않고 그저 믿기만 하고 싶다. 성모님이 ‘예’라고 대답하셨던 것처럼 말이다.

 

하느님 앞에서 건방을 떨던 아하즈에게 하느님이 보여주신 표징은 젊은 여인이 아들을 낳고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고 부르게 된다는 것이었다(이사 7,14). 그런데 이 표징은 전쟁에 승리한다는 내용과는 아무 관계가 없어 보인다. 별이 떨어지거나 하느님의 현존을 상징하는 구름이 땅으로 내려오는 정도가 돼야 할 것 같은데... 나는 알았다, 나의 마음이 현실적인 어려움들에 함몰되어 있다는 것을. 하늘나라가 현실의 도피처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 세상에 속한 것은 아니다. 여기서는 잠깐잠깐 하느님이 살아 계심을 체험하고 그분의 나라를 체험할 뿐이다. 진짜 하느님과 그분의 나라는 저 하늘 위에 있다. 그러니까 예수님은 내려오셨다가 다시 올라가셨겠지.

 

예수님, 그동안 저도 모르게 변덕 심한 이 세상에 마음을 다 빼앗겼습니다. 그래도 태풍이 비껴가기를, 조용히 지나가기를, 가난한 이웃들이 피해를 입지 않기를, 코로나 때문에 고생하고 수고하는 이들을 위로해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청한 대로 이루어지면 좋지만 그렇게 되지 않아도 제가 이렇게 기도했음에 감사합니다. 언제나 주님 편에 서 있게 해주십시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어머니가 제일 확실한 구원의 표징입니다. 십자가의 주님보다 더 큰 표징은 없음을 알지만 저희를 영원히 도와주는 엄마가 옆에 계시다는 사실이 저를 더 편하게 해줍니다. 예수님은 이걸 내다보셨습니다. 하늘에 있는 그 나라를 언제나 더 바라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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