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0월 21일 거룩한 책임(+ 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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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1일 거룩한 책임

 

고양이들이 크는 만큼 고민이 생긴다. 두 녀석이 암컷 수컷이라서 더 그렇다. 한 지인이 암컷을 수술시켜줘야 한다고 했는데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밥 주는 거 말고는 따로 돌보지 않는다. 큰 녀석이 와서 괴롭혀도 거의 참견하지 않는다. 그런데 야생고양이라고 말하지만 남은 빵조각을 던져주는 새들과는 느낌이 다르다. 왜일까? 그것은 내가 이름을 지어주었기 때문인 것 같다.

 

어미에게 버림받은 게 안쓰러워 먹이를 주기 시작했는데 작은 고민거리가 되었다. 이름을 지어 불렀기 때문에 책임이 생긴 것 같다. 그들도 내 목소리를 알아듣는다. 내 목소리가 곧 밥 먹는 것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그러는 줄 알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게 살짝 짐스럽다. 

 

부모님은 나에게 이름을 지어주셨다. 하느님은 세례를 통해 우리를 당신 자녀로 삼으셨다. 세상살이에는 법과 규칙이 있어 그것을 어기면 벌을 받는다. 그것을 지키고 안 지키고는 그의 책임이다. 하느님과 우리는 계약을 맺었다. 우리가 원해서가 아니라 하느님이 먼저 계약조건을 제시하셨다. 우리는 그걸 거의 못 지킨다. 하느님은 우리의 계약위반 책임을 예수님을 통해서 당신이 지셨다. 그 책임은 이 세상 끝나는 날까지 유효하다. 

 

자녀 양육은 고귀하고 거룩한 일이다. 하느님을 닮은 일이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부모가 돼야 비로소 부모의 마음을 안다고 한다. 그래서 초보 부모들은 가장 힘들 때 부모님을 떠올리고 진정으로 감사하며 어른이 되어 간다. 책임은 짐이 아니다. 성장하고 사랑하는 기회가 된다. 좋은 이웃이 된다는 것은 스스로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죄인을 위해 아들을 내어놓으면서까지 책임을 지시는 하느님의 사랑까지는 알 수 없을 거다. 믿을 뿐이다.

 

하느님, 저에게 이름을 지어 부르셨으니 저는 주님의 책임입니다. 제 몫은 끝까지 주님 곁을 떠나지 않는 겁니다. 그리고 저에게 주신 이들을 정성껏 도와주는 겁니다. 책임을 느끼면 본능적으로 움츠리지만, 그 움츠림을 알아차리는 때가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이제는 저희를 양육하여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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