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5월 2일, 거룩한 욕망

이종훈

5월 2일, 거룩한 욕망

 

먹지 않고 살 수 없다. 그런데 먹지 않아도 넉넉해질 때도 있다. 갈증이 심해도 기꺼이 견딜 수 있을 때도 있다. 그것은 그 사람의 지향과 가치체계에 달려 있다. 충분히 먹고 마시지 못해 배고프고 목마르지만, 그것보다 더 크고 중요한 것을 위해서 기꺼이 그것을 견디어내는 것이고, 육체적인 욕구를 채우는 것보다 더 큰 충만함과 기쁨을 누린다.

 

예수님이 그렇게 사셨다. 아버지께 모든 것을 위임 받으셨으나 언제나 그분의 뜻만을 생각하고 그분의 뜻대로 사셨다. 심판과 복수 그리고 죽음마저도 그분의 손에 맡기셨다. 한 사람으로서 어찌 배고프고 목마르지 않고, 어찌 화나지 않고 슬프지 않으셨을까? 그러나 그분은 자신의 욕구 충족과 자신의 의지보다는 언제나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바라셨다. 그러면서도 배고픔과 목마름, 질병과 고통에서 구해달라고 애원하는 다른 모든 이들을 물리치지 않으셨다. 그들의 가난함으로 그들 눈앞에서 하느님을 볼 수 있게 해주셨다. 그리고 아마 그들은 그날부터 세상을 다시 보기 시작했을 것이다.

 

아는 게 힘이라고 하지만, 이 세상에서 진리를 알고 그대로 살려고 하는 것은 큰 고통이다. 제대 위의 저 십자가가 그것을 증명한다. 그런데도 그분이 얼마나 자유로운 분이셨는지 생각하면 저분처럼 살고 싶은 거룩한 욕망이 감히 생겨난다. 자신을 모욕하고 죽이는 이들을 위해서도 하느님께 용서를 청하는 그분의 완전한 사랑, 그래서 완전한 자유를 본다.

 

스테파노는 죽기 직전에 열린 하늘 뒤로 영적인 실체들을 목격했다. 그는 극심한 고통, 죽음의 고통 속에서도 자신이 지금 보고 있는 그분처럼 말했다. “주 예수님, 제 영을 받아 주십시오. … 주님, 이 죄를 저 사람들에게 돌리지 마십시오(사도 7,59.60).” 하고 외쳤다. 아마 하늘에 계신 분들이 그것을 가르쳐주셨으리라. 아니 그분을 뵈면 그냥 그렇게 되는 지도 모르겠다. 무엇인가 아름답고 신비로운 것에 홀리듯이. 그래서 그의 영은 완전해져서 하늘나라에 그대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하느님처럼, 예수님처럼 살고 싶은 그의 거룩한 욕망이 그가 땅에서 하늘나라를 볼 수 있게 한 것 같다. 우리도 때가 되면 그것을, 그분들을 볼 수 있게 될 거다. 그 때까지는 믿고 살아갈 수밖에. “저는 믿습니다. 믿음이 없는 저를 도와주십시오(마르 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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