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0일(성 안드레아 사도 축일) 좋은 부모 되기
그리스도교는 계시종교다. 우리가 공부하고 연구해서 깨달은 게 아니라 하느님이 먼저 보여주시고 알려주셔서 알게 됐다. 아니 믿게 됐다. 때가 차자 한 여인의 봉헌으로 하느님은 사람이 되셔서 정말 다 보여주셨다.
그런데도 우리는 하느님을 다 알지 못한다. 두꺼운 교리서를 통째로 암기해도 그 맨 끝에서는 결국 뛰어넘어야 한다. 하느님은 우리 지성이 닿을 수 없는 곳에 계신다. 그러니까 예수님은 언제나 믿으라고만 하셨고, 믿지 못하는 제자들을 나무라셨다.
하느님은 부르시고 우리는 대답하거나 못 들은 척한다. 하느님은 초대하시고 우리는 응답하거나 무시한다. 우리가 하느님을 찾는 게 아니라 하느님이 우리를 부르신다. 그 부르심에 응답한 사람들을 하느님은 먹이고 가르치고 훈련시키신다. 수도자 성직자만이 아니라 그리스도인 모두에게 그렇게 하신다. 그 끝 또는 완성은 하느님처럼 되는 것, 본래대로 하느님의 모습을 닮은 사람이 되는 거다. 예수님이 그 모범이고, 그것을 우리 언어로 번역하면 좋은 부모가 되는 거다. 모두가 바라고 모두가 어려워하는 바로 그거, 좋은 부모가 되는 거다. 누구에게나 좋은 부모가 되기를 바란다.
하느님처럼 된다는 것은 슈퍼맨이 되는 게 아니라 양육의 달인이 되는 거다. 과학기술은 정말 하루가 다르게 발전한다. 그러니 마침내 전지전능한 슈퍼맨을 만들 것 같다. 하지만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건 사람만이 할 수 있다. 하느님을 닮은 이가 아니라면 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 사랑, 인내, 축복 그리고 용서다. 슈퍼맨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들이다.
주님, 제가 얼마나 이기적인 선택을 했는지 몇 년 전에 이미 고백했습니다. 주님이 저를 속이신 게 아니라 제가 저한테 속아 넘어갔고, 그게 뭔지 잘 몰랐습니다. 이제는 분명히 압니다. 주님의 길은 십자가의 길이고 그 완성은 좋은 부모입니다. 첫 인류가 잃어버린 그 모습을 회복해가는 중입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복음서는 4명의 첫 제자들은 아드님이 부르시자 그물과 아버지를 버려두고 아드님을 따랐다고 전합니다. 그랬을 리가 없습니다. 부르심과 응답 사이에 많은 것들이 생략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 그들은 많은 걸 배웠습니다. 구세주의 죽음까지 배웠어야 했습니다. 저도 같은 길을 갑니다. 어머니가 도와주시지 않으면 따라갈 수 없습니다. 그때 제자들에게 그러셨던 것처럼 저를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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