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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 12월 8일(한국교회수호자,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성모님 마음(+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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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8일(한국교회수호자,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성모님 마음

 

오늘 대축일에 듣는 복음은 루카 복음 1장 26-38절이다. 가브리엘 대천사가 나자렛 처녀 마리아를 찾아가 구세주의 수태 소식을 알리고 마리아는 이를 수용하는 내용이다. 아마 수백 번 넘게 읽었을 것이다. 외울 정도로 아주 익숙하다. 인간의 이해를 뛰어넘는 하느님의 제안을 마리아는 죽음을 무릅쓰고 받아들였다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다시 잘 보면 그렇지 않다.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거라는 천사의 말에 마리아는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루카 1,34)” 하고 되물었다. 언뜻 보면 천사의 그 제안 자체를 부정하는 것처럼 들린다. 희랍어 원문을 보면 그렇지 않다. 직역하면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한다.’ 즉, 자신은 처녀라고 자신의 상태를 밝히고 ‘그런 일이 어떻게 일어날 겁니까?’라고 묻는다. 그것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아니라 어떤 방법으로 그렇게 되냐고 묻는 거다. 몰라서 묻는 거다. 게다가 약혼자 요셉과의 관계, 그 이후 벌어질 율법에 따른 처벌에 대해서는 전혀 묻지 않는다. 우리는 그걸 제일 걱정하고 궁금해하는데 말이다.

 

마리아에게 하느님의 뜻은 모든 것 위에 있었다. 하느님의 뜻은 자신의 생명과 인생계획보다 앞섰다. 성모님의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라는 대답 안에는 죽음을 무릅쓰고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숭고함이나 장엄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자연스럽고 평화롭다. 이게 세상 속물과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님의 차이다. 그분이 원죄에 물들지 않고 잉태되셨다는 뜻이다. 그런 분이어야 하느님의 어머니가 될 수 있고, 그런 마음이어야 하느님의 뜻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평화롭게 따를 수 있다.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라는 마리아의 질문을 어떤 마음으로 읽느냐에 따라 그 의미는 서로 정반대가 된다. 하나는 하느님도 그런 일은 하실 수 없다는 주장이고, 다른 하나는 남자 없이 수태하는 방법을 모르니 알려 달라는 청원이다. 우리는 첫째 마음에 익숙해져 있고 그게 당연하다고 여기며 살고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고 여기가 끝이 아니다. 둘째 마음은 태어날 때부터 내 안에 없었는지, 아니면 살다 보니 잊어버렸는지 모르겠지만 두렵고 떨리지만, 그 마음이 되게 해달라고 청해야겠다. 두렵고 떨리는 이유는 청하면 그대로 해주실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으니 말이다(루카 1,37).

 

예수님, 왜 주님의 어머니를 저희 모두의 어머니가 되게 하셨는지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어머니가 보시던 세상과 제가 보는 세상은 참 다릅니다. 저는 마음이 흐려 제대로 보지 못하니 어머니께서 저를 이끌고 도와주소서. 아멘.

 

 

성경 ⓒ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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