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2월 16일 단죄 말고 사랑(+ 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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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6일 단죄 말고 사랑

 

세례자 요한은 주님께서 오실 길을 닦는 예언자였다. 그는 하느님께만 의지해야 하는 광야에서 지냈다. 그러니 그의 생활만큼이나 그의 메시지는 매우 단호했다. 독설에 가까운 말로 회개하라고 외쳤다(루카 3,7-14). 그래서 사람들은 기대에 차 있었으므로, 모두 마음속으로 요한이 메시아가 아닐까 하고 생각하였다(루카 3,15).

 

요한은 다른 예언자들처럼 그 올곧은 언행 때문에 감옥에 갇혔다(루카 3,20). 그는 자신이 메시아가 아님을 알고 있었다. 자신의 사명은 그분의 길을 닦는 것임을 확신했다. 임금의 마음을 불편하게 해서 붙잡혀 있으니 자신의 삶은 그 끝이 보였다. 그런데 메시아일 거라고 믿고 싶은 예수님의 행동은 자신의 예상과 많이 달라 마음이 혼란스러웠던 것 같다. 죄를 단호히 끊고 율법을 철저하게 지키며 살아야 하는데, 예수님은 그렇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안식일 법을 어기는 것도 모자라 끊어버려야 할 죄인들과 어울려서 그들과 친구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 그래서 두 제자들을 보내어 단도직입적으로 묻게 하였다. “오실 분이 선생님이십니까? 아니면 저희가 다른 분을 기다려야 합니까?(루카 7,19)”

 

예수님은 구세주시다. 단죄가 구원의 전부는 아니다. 구원은 살려주는 것이고, 기쁘고 행복하게 잘 살게 해주는 것이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라고 했던가. 하느님은 사람을 구원하시려고 사람이 되셨고, 죄인을 죄의 굴레에서 빼내 주시려고 우리들 안으로 들어오셨다. 죄인들과 어울린다고 죄인이 되는 건 아니다. 예수님은 사람이 되셨으니 사람을 아셨고, 죄인들과 어울리셨으니 죄인들을 가까이서 보셨으며, 그들과 친구가 되셨으니 그들의 속내를 들으셨을 것이다.

 

예수님이 세례자 요한이 예상했던 구세주가 아니어서 우리에겐 정말 다행이다. 주님이 요한처럼 나를 대하셨다면 분명히 이미 오래전에 주님을 떠나갔을 거다. 늘 용서하시고 위로하며 다시 시작하자고 격려해주시니까 아직도 남아 있다. 계속 실패했으면서도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다시 한번 해보겠노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 역시 실패하지만 그 마음만은 진심이다. 단죄는 구원의 일부일 뿐이다. 사람을 살게 하는 건 용서, 치유, 위로, 격려이다. 하느님은 사랑이시다. 그 사랑이 우리 안에 들어오셔서 나와 함께 살고 계신다. 이 소식은 들은 건 일생일대 가장 큰 행운이다. 주님이 말씀하신다. “나에게 의심을 품지 않는 이는 행복하다(루카 7,23).”

 

예수님, 사랑은 그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그가 될 수도, 그 안으로 들어갈 수도 없으니 그를 이해하려고 애쓰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으면 그냥 참습니다. 그를 단죄하지 않습니다. 제가 심판받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직 사랑하는 길만 찾습니다. 사랑이 있는 곳에 하느님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믿고 바라며 인내하는 법을 가르쳐주소서. 아멘.

 

 

성경 ⓒ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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