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2월 28일(죄 없는 아기 순교자들 축일) 하느님의 눈물(+ 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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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8일(죄 없는 아기 순교자들 축일) 하느님의 눈물

 

신학교 때 한 교수 신부님이 사제가 된 후에 무죄한 이들이 받는 고통이나 그들의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셨다. 하느님이 어떻게 우리에게 이러실 수 있느냐고 그 가족들이 원망하고 항의할 때 아무 대답도 하지 말고 고개를 숙이고 있거나 눈만 껌뻑껌뻑하고 있으라고 하셨다. 그때는 그것이 무죄한 이들이 받는 고통에 대한 무지와 겸손의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하느님의 눈물을 전달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제는 하느님이 계시다면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냐는 질문을 받는다. 사실 사제인 나도 그게 정말 궁금하고 무기력해 보이는 하느님이 원망스러울 때도 있다. 이 모든 게 인간의 죄 때문이라고 교리적인 대답은 할 수 있으나 그것은 그들을 의심과 원망에서 해방시키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을 더 화나게 만들고 교회를 완전히 등지게 만들 것이다. 그런 명확한 답변보다는 바보처럼 그냥 서 있는 게 그들을 위로하고 해방시켜주는 데 도움이 될 거다.

 

교회는 어머니다. 그래서 세상의 죄악으로 고통받고 희생되는 무죄한 이들 앞에서 교회는 운다. 헤로데가 자신의 권력을 빼앗길까 봐 두려워 살해한 그 아기들의 어머니들이 울었던 것처럼(마태 2,18) 교회는 운다. 하느님이 울고 계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렇게 허약한 하느님을 믿어야 하느냐고 묻겠지만 예수님도 당신을 믿지 않고 당신 말씀을 듣지 않는 이들 앞에서 우셨다(루카 13,34-35; 요한 11,35). 그리고 당신을 죽이려는 음모를 아시면서도 그들을 피하거나 그들과 맞서 싸우지 않으셨다. 그 대신 그들의 손에 당신을 내어주셨다. 그들도 모두 예수님께는 하느님의 아픈 손가락이었다.

 

십자가 죽음이 예수님의 지상 사명은 아니었다. 죽음이 그것이었다면 그때 그 아기들과 함께 희생되셨을 거다. 하지만 그랬다면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 그리고 그분이 우리를 죄에서 해방시켜주시려고 당신 목숨을 우리에게 주셨는지 알지 못했을 거다. 예수님은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보여주시고 알 수 없는 하느님을 알게 주셨다. 인간의 교만과 죄악에 하느님이 우신다는 걸 보여주셨다.

 

예수님, 아직도 제 안에는 악인들을 모조리 쓸어버리는 하느님의 이미지가 남아있습니다. 그것이 제가 죄인인 탓인지 잘못된 교육 탓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렇든 저렇든 하느님은 그런 분이 아니신 줄 압니다. 그러니 제 입은 물론이고 마음 안에서도 험담, 비난, 단죄 같은 것들을 치워버리겠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고통받는 무죄한 이들을 위로해주시고, 그들을 하늘나라에서 반겨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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