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나해 1월 8일 흘러넘치는 사랑(+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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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해 1월 8일 흘러넘치는 사랑

 

예수님 시대 나병 환자는 동네에 살 수도 사람 근처에도 갈 수 없게 규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 나병 환자에게 손까지 대시며 그를 깨끗하게 해주셨다. 그분은 말씀만이 아니라 그 부모나 지인의 신앙고백만으로도 그를 치유하실 수 있었다. 그런데도 그렇게 하신 것은 손을 댄 예수님의 행동이 치유였던 것 같다.

 

그는 예수님 앞에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렸다. 율법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그분에게 다가왔지만, 그는 그분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있는 힘을 다해 말했다. “주님!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루카 5,12).” 이를 두고 마르코 복음은 예수님이 가엾은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마르 1,41). 그런데 마르코 복음 다른 사본에는 예수님이 화를 내셨다고 되어 있다고 한다(200주년 신약성서). 불쌍한 나병 환자를 보고 화를 내셨다는 게 이상하다. 하지만 그 분노가 나병 그 자체 또는 그 병을 유발한 악령을 향한 것이거나, 주님 안에서 가여운 마음이 넘쳐 흘러나온 의로운 분노라고 생각한다면 예수님의 화를 이해할 수 있다. 죽은 친구 라자로를 되살리러 가셨을 때도 마리아와 마르타가 당신을 믿지 못하자 마음이 북받치고 산란해지셨다고 했다(요한 11,33).

 

차원은 다르지만, 우리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넘쳐 화가 나기도 한다. 예수님의 격앙된 마음은 불쌍한 사람들에 대한 하느님 사랑의 인간적인 표현이다. 그 나병 환자가 불쌍한 것은 비참해진 자신의 육체보다 완전히 소외된 자신 때문이다. 그에게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었을 거다. 그렇게 된 그 사람에 대해 예수님은 지극한 연민으로 화가 나셨다. 그리고 그를 깨끗하게 해주셨다. 그를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 주셨다. 예수님은 그를 살려주셨다.

 

그 몸에 닿은 예수님의 손은 그의 무너진 자존감을 어루만졌다. 깊은 상처를 입은 그의 영혼을 만지셨다. 예수님은 율법의 경계를 넘어가셨다. 그가 외쳐야만 했던 불결한 그 안으로 들어가셨다. 하느님이 사람이 되셨는데 그분에게 그런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었을 것이다. 온 세상 구석구석으로 퍼져 나가는 하느님의 사랑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없다. 하느님은 아드님까지 내어주시고, 화를 내실 정도로 우리를 사랑하시고, 우리를 살게 해주기를 간절히 바라신다. 하지만 믿지 않으면, 아픈 데와 부끄러운 곳을 감추면 그런 하느님도 어찌하실 수 없을 것 같다.

 

예수님, 주님을 통해서 온 세상이 사랑이신 하느님을 알게 됐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우리에게는 하느님을 어려워하고 무서워하는 마음이 남아 있습니다. 더 굳건한 믿음의 은총을 내려주소서.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어머니의 사랑으로 하느님을 더욱 신뢰하게 도와주소서. 아멘.

 

 

성경 ⓒ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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