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나해 2월 2일(주님 봉헌 축일) 정화(+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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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해 2월 2일(주님 봉헌 축일) 정화 

 

지난 주일에 군청 직원들이 방역수칙을 잘 지키고 있는지 점검하러 왔다. 점검할 것이 없으니 이런저런 얘기만 하고 금방 돌아갔다. 3차 대유행이 이후 그나마 봉사자 한두 명도 오지 말라고 했으니 운동 삼아 산책 나온 동네 주민들 말고는 찾는 이들이 없다. 그렇다고 한가롭게 지내지는 않지만 나와 우리의 신원을 생각하고 성찰하고 반성하는 시간이 더 많아진 건 사실이다.

 

나를 부르시고 우리가 믿는 하느님은 성실하신 분이다. 사람들은 이랬다저랬다 하고 말도 수시로 바꾸지만, 하느님은 약속을 꼭 지키신다. 그분의 뜻은 반드시 이루어진다. 내가 성공하든 실패하든 살든 죽든 하느님은 당신의 뜻을 이루신다. 시메온은 성령께서 주님의 그리스도를 뵙기 전에는 죽지 않으리라고 가르쳐주신 것을 믿고 성전에서 그날을 그분을 기다렸다. 한나 예언자도 마찬가지로 수십 년을 그렇게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은 그리스도를 만났다. 갓난아기에서 그분을 알아보았다.

 

개신교회 관련 집단감염이 끊이지 않아 국민들을 더 피곤하게 만들고 있다. 신앙이 아니라 모임이 문제인데 마치 신앙 때문인 것처럼 비쳐서 마음이 불편하다. 보도되는 이들보다 훨씬 더 많은 그리스도인이 상식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줄 안다. 신앙은 상식에 어긋나게 살도록 인도하지 않는다. 그 대신 신앙은 상식을 뛰어넘는 선택과 행동으로 초대한다. 친구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큰 사랑을 지향한다. 창조주가 피조물이 되시고, 착한 사람도 아닌 죄인들을 위해 희생하셨기 때문이다. 하느님 때문에 우리의 상식은 무너져버렸고, 새로운 상식이 우리 안에 만들어졌다. 원수까지 사랑하게 됐다.

 

일부 개신교회의 일그러진 모습을 보며 우리 가톨릭교회와 수도회를 다시 본다. 코로나가 하느님의 징벌은 아니지만, 강제로 멈춘 시간 동안 나와 우리를 아프게 돌아본다. 우리를 부르시고 우리가 따라야 할 분이 어떤 분이신지 다시 본다. 어디에서 주님의 목소리가 들리는지 침묵하며 귀를 세운다. 그분은 제련사의 불과 염색공의 잿물 같고 은 제련사와 정련사처럼 우리들을 정화하신다. 옷만 빨아 입어서 될 일이 아니다. 시메온 예언자가 가난한 신혼부부의 갓 난 아들에서 그리스도의 모습을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은 성령께서 그 위에 머물러계셨기 때문이다(루카 2,25). 입으로만이 아니고 마음 저 깊은 곳에서 성령님을 불러 내 안으로 모셔 들인다. 지금까지 그랬지만 이제 더욱더 비본질적인 것들은 내다 버리고 본질적인 것에 집중할 때다. 필요해서 잠시 빌린 것들이 어느새 우리 소유인 것처럼 돼버린 것들이 있다. 잊어버리기 전에 얼른 되돌려 줘야 한다. 그러면 우리는 다시 가난해지겠고 그래서 영적으로는 훨씬 더 풍요로워질 것이다.

 

예수님, 주님 주님이라고 부른다고 다 제자가 아닙니다. 주님이 사신 대로 살아야 제자입니다. 강제적으로 멈춘 이 시간이 저희에겐 주님께서 베푸신 은혜라고 믿습니다. 부르심과 소명을 더 깊이 성찰하겠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아드님의 길로 인도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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