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나해 2월 4일 아픈 우리들(+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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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해 2월 4일 아픈 우리들

 

배달 기사에게 폭언을 한 학원 직원의 실제 음성이 공개됐다. 듣고 있기 힘들었다. 그 소식이 알려지고 그 학원은 빗발치는 항의 전화와 사이버테러에 가까운 공격에 시달렸다고 한다. 나의 즉각적인 반응도 그런 것들이었다. 그런데 그 피해자가 학원이 무슨 잘못이 있겠냐고 용서하는 듯이 말하자 분한 마음이 가라앉았다. 나쁜 마음이 부끄러워졌다.

 

다시 생각해보니 막말을 했던 그 사람도 넓게 보면 피해자인 것 같다. 남을 그렇게 대한다는 것은 그 사람은 어려서 그렇게 배웠고 그런 대우를 받았을 확률이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거기에 그런 막말을 쏟아낼 당시 그는 스트레스로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였을 것이다. 그래서 여과 없이 절제되지 못한 채 무의식에 담겨 있던 것들이 날 것 그대로 쏟아져 나왔을 것으로 생각한다.

 

또다시, 사람은 악하지 않고 약할 뿐이라는 믿음을 새롭게 한다. 하느님은 사람을 잘못 만들지 않으셨다. 대중에게 비난을 받는 사람과 수인이 된 사람들이 나보다 더 나쁜 사람이 아니다. 나도 그렇게 배우고 그런 환경에 놓이게 되면 그런 일을 저지를 수 있다. 우리는 모두 한두 가지 마음과 영혼의 깊은 상처를 안고 산다. 너무 깊은 곳에 있어서 자신도 그것들이 어떤 상처인지 어디가 아픈 건지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상태로 치열한 경쟁구조 안에서 생존해야 하고, 거기에 그리스도인들은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버거운 짐까지 짊어지고 있는 것 같다.

 

그리스도인은 착한 사람들이 아니라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하느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싫어도 이웃을 사랑하려고 노력한다. 이웃을 자신의 몸처럼 사랑한다. 그러니 자신에게 잘 대하지 않는 사람은 이웃을 잘 대해주기 어렵다. 존중받지 못한 사람이 남을 존중하기 힘들다. 사랑을 받아봤어야 사랑을 안다. 교회도, 수도원도 이렇게 상처 입은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서 세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2천 년 동안 남아있고 세상 끝날까지 그럴 것이라고 믿는 것은 그 안에 하느님이 계시기 때문이다. 새 계약의 중개자 예수님께서 계시며, 그분께서 뿌리신 피가 있기 때문이다(히브 12,24). 우리 모두는 그분을 향해 있어야 한다. 그분이 우리를 부르셨고, 그분이 구세주이시고 아버지 하느님께로 가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그분은 나의 선한 마음 안에 계시면서 이웃의 상처를 치료해주시기를 바라신다. 그분의 바람대로 움직일 때 내가 모르는 나의 상처도 치유된다. 나는 하기 싫지만, 주님께서 원하시기 때문에 그렇게 한다. 그게 하느님 사랑의 시작이다.

 

예수님, 저희가 주님께만 의존하고 서로 사랑하기를 바라십니다. 사랑하지 않는 공동체는 복음의 증인이 될 수 없고 그들의 선교는 힘이 없습니다. 완치된 이들이 아니라 상처 있는 이들을 부르시고 다시 상처 입은 이들에게 파견하십니다. 이것을 기억합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주님의 말씀을 들려주시고 그 길을 알려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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