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나해 2월 13일 섭리 수련 중(+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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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해 2월 13일 섭리 수련 중 

 

오늘 복음은 광야에서 예수님이 사천 명을 배불리 먹이신 기적 이야기다(마르 8,1-10). 이와 똑같은 기적 이야기는 앞에서도 나온다(마르 6,33-40). 그때 먹이신 사람은 오천 명이 넘었고 남은 빵조각을 모은 바구니는 12 바구니, 이번에는 사천 명에 7 바구니다. 예수님은 그들을 먹이고 싶어 하시고 제자들은 스승의 계획에 두 번 다 부정적이다. 상식적으로 그런 기적을 체험했으면 두 번째는 ‘네. 알겠습니다. 50명씩 100명씩 무리 지어 앉힐까요?’라고 대답할 것 같은데 아니다. 제자들은 지난번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들이 기억력이 나쁜 게 아니라 주님을 신뢰하지 못하는 거다. 예수님은 그들을 나무라지 않으신다. 그들은 주님을 신뢰하는 법을 배우고 수련하는 중이다. 그러나 두 번이나 경험하고도 여전히 빵 걱정을 하는 제자들을 예수님은 크게 나무라셨다(마르 8,16-21). 그들은 깨달아야 한다, 그분이 구세주이시고 하느님의 섭리에 내어 맡겨야 한다는 것을.

 

제자들을 탓할 처지가 아니다. 그들은 지금 여기에 있는 나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뒤돌아보면 주님은 나의 불성실과 불충실에도 언제나 차고 넘치게 베풀어주셨다. 일을 그르치거나 길을 잘 못 들었어도 제 길로 돌아와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해주셨다. 나는 주님의 은혜를 자주 잊어버리고, 주님은 나의 과오를 기억하지 않으신다. 제자는 배우고 수련하고 스승은 가르치고 단련시킨다. 인간 스승은 포기하지만, 주님은 포기하지 않으신다. 오히려 내가 실망하고 포기할까 봐 걱정하실 거다.

 

30년이나 이렇게 살았는데, 기도는 여전히 즐겁거나 익숙하지 않다. 기도 중 분심과 잡념은 이젠 거의 친구가 되어버렸고 악습도 잘 고쳐지지 않는다. 이게 나의 지상 생활 조건인가 보다. 예수님과 절친이 되어도 나의 이런 인간적인 약점과 죄스러움은 고스란히 그대로 남아있을 것 같다. 게다가 예수님과 더 가까워지려고 하면 할수록 그것들은 더 교묘하게 나의 앞길을 혼란스럽게 한다. 자주 실패한다. 하지만 실패하면서 배운다. 예수님의 제자로서 해야 할 걱정이 있다면 단 하나, 내가 포기하는 거다. 육신의 건강은 아는 만큼만 지키면 된다. 그건 어차피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갈 거다. 성공과 실패는 세상이 하는 판단이니 크게 마음 쓸 것 없다. 내가 걱정하고 두려워할 것은 하느님의 은혜를 잊어버리고 그분을 의심하는 거다.

 

하느님, 생명 나무에 이르는 길을 천사들이 지키고 불 칼들을 세워놓으셔서(창세 3,24) 저 혼자서는 갈 수 없습니다. 그 대신 아드님 뒤를 따라가면 생명 나무 열매를 먹을 수 있습니다. 주님이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며 하느님께 가는 유일한 길이라고 하신 그 말씀을 믿고 따라갑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길이신 아드님께로 인도해주시고, 어머니처럼 하느님 섭리에 내어 맡기는 법을 가르쳐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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