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나해 3월 30일 남아있기(+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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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해 3월 30일 남아있기

 

성주간에는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에 못지않게 유다 이스카리옷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된다. 겉으로는 분명히 그 때문에 예수님이 십자가 형벌을 받게 됐다. 예수님이 선택하고 사도라고까지 부르신 이가 어쩌다 그런 일을 저질렀을까?

 

스승이 붙잡혀 간 뒤에 숨어 지내던 다른 열한 제자들은 유다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죽일 놈이라고 평가했을 거다. 그렇다면 그가 그런 일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스승과 그들의 미래는 어땠을 거로 생각했을까? 예수님은 마지막 파스카 만찬 훨씬 전에 유다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음을 알고 계셨고(요한 6,71), 주님을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내놓겠다고 한 베드로도 당신을 모른다고 할 것도 알고 계셨다. 사실 예수님은 유다나 못난 제자들 때문에 돌아가신 게 아니다. 세상이 주님의 목숨을 빼앗은 게 아니라 당신 스스로 그것을 내놓으신 것이고 그게 아버지께 받은 지상 사명이었다(요한 10,18). 제자들은 스승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들의 꿈과 예수님 꿈은 정말 달랐다.

 

예수님은 때가 되었음을 아시고 제자들의 더러워진 발을 씻어주셨다. 유다의 발도 씻어주셨다. 그렇게 완전히 깨끗해진 몸으로 그는 예수님을 팔아넘기러 나갔고, 아무것도 모르는 나머지 제자들은 그냥 남아 있었다. 그렇게 남아있기는 했지만, 그들은 스승이 가는 곳을 따라갈 수는 없었다. 목숨을 내놓아도 그럴 수 없었다. 그 길은 하느님에게만 열리는 길이었다. 세상에 누가 죄인을 위해서 외아들을 희생시키겠는가. 그런 사랑은 이 세상에 없다. 오직 하느님만 그렇게 사랑하신다.

 

유다나 베드로나 마찬가지다. 그들은 길거리에서 누가 높으냐고 서로 다퉜고, 스승이 성공하면 큰 벼슬을 내려달라고 청했던 사람들이었다. 유다가 왜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 알 길은 없지만 그들의 행적을 보면 세속적인 꿈을 이루기 위해 그랬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억측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유다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고, 다른 제자들은 괴로우면서도 끝까지 남아있었다. 유다는 빵을 적셔 건네주셨던 예수님의 마지막 우정과 사랑도 저버렸다. 유다는 그런 자신을 용서할 수 없을 만큼 교만했다. 다른 제자들은 혼란스럽고 괴로웠지만 그보다 덜 똑똑하고 둔해서 그런 채로 남아있었다. 베드로는 닭이 울자 주님의 말씀이 생각나 슬피 울었다(마태 26,75).

 

예수님, 하느님은 교만한 자를 저 멀리서도 금방 알아보신다고 하셨습니다. 지금은 알 수 없지만 나중에는 알게 될 것이고, 지금은 갈 수 없지만 나중에는 따라갈 겁니다. 부끄럽고 염치없지만 그래도 끝까지 남아 기다리겠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나머지 제자들과 함께 기도하며 기다려주셨던 것처럼 언제나 저희와 함께 계시며 돌봐주십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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