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나해 4월 20일 가벼운 짐(+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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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해 4월 20일 가벼운 짐

 

“생명이 있는 건 다 불쌍해요.” 어떤 교우가 한 말이다. 여기서 사는 게 쉽지 않다는 뜻이다. 코로나로 모두 다 지쳤다고 하지만 사실 그전에도 그랬다. 양극화가 더 심해져 걱정스럽다. 일부겠지만 서울과 수도권에 사는 부자들이 다른 도시에 가서 마치 특산품 쇼핑하듯이 수억 원씩 하는 아파트를 열 채가 넘게 사들인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고 외치면서도 사회는 여전히 어린 학생들을 줄 세우고, 순수와 열정보다는 도박과 투기를 가르치는 것 같다. 국민만 바라보고 일하겠다는 정치인들의 말을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다. 정치를 마치 운동경기처럼 보도하는 언론들도 밉상이다.

 

가뜩이나 무거운 짐을 지고 수고하는 사람들에게 종교인들은 종교적인 의무를 덧씌우는 것은 아닌지 묻는다. 예수님은 당신 자신을 온전히 바쳐 사람들의 무거운 짐을 덜어주셨다. 사람들은 그분을 만나 그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 대신 새로운 짐, 하지만 가벼운 짐을 지웠다(마태 11,30). 그분을 믿음이 또 다른 짐이 아니어야 한다. 새롭고 가벼운 짐이고 위로요 희망이어야 한다.

 

예수님은 의사 같았지만, 의사는 아니셨다. 사회운동가도, 정치인이나 혁명가도 아니셨다. 그렇다고 세상을 등지고 광야나 산속에서 신선처럼 살지도 않으셨다. 세상 한가운데서 사람들의 삶 속으로 깊숙이 들어와 사셨다. 그러면서도 그분은 수시로 하늘을 바라보셨고 그분의 마음은 언제나 당신을 보내신 분, 아빠 아버지라고 부르셨던 하느님을 향해 있었다. 보답을 바라지 않고 좋은 일을 하셨고 억울한 재판을 받고도 그들과 맞서지도 않고 제대로 저항 한 번 하지 않으셨다. 바보같이 그냥 사형당하셨다. 그분의 삶은 정말 미스터리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세상 속에 빠졌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하늘을 보고 땅에서 사셨는데 나는 땅만 보고 살고 있으니 그분의 삶이 미스터리일 수밖에 없다.

 

이제 우리는 그때 그 사람들처럼 예수님을 만날 수는 없다. 예수님은 실존 인물이셨고 지금은 그때와는 다른 방식으로 살아계신다고 믿는다. 살아계시니 그분과 소통하고 관계를 만들 수 있다. 기도는 대화라고 한다. 기도 안에서 실제로 그분과 대화한다. 물론 독백이고 상상이다. 그렇다고 허구나 허상은 아니다. 예수님과 소통하고 실제로 대화하려는 나를 이끌고 인도해주시는 분이 계신다. 친해질수록 그 친구의 삶으로 더 들어가는 것처럼 예수님과 가까워지면서 그분의 신비로운 삶으로 한 발 한 발 조금씩 들어간다. 그 미스터리 안으로 들어간다. 여기서 충실히 살지만, 세상 속으로 빠지지는 않는다. 세상의 고통과 비참에 슬퍼하지만, 초연함을 잃지 않는다. 그렇게 살고 싶다.

 

예수님, 주님의 마음을 제게 주십시오. 저는 주님이 보셨던 것을 볼 수는 없지만, 주님과 친해지면 어느새 그곳에 가 있게 될 거라고 믿습니다. 여기서 사는 동안은 주님만이 저의 유일한 희망입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초월과 회피를 잘 구별하고 초연과 충실을 잘 섞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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