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해 5월 20일 하나
고양이가 또 새끼를 밴 것 같다. 4월 초에 낳은 새끼가 아직 젖을 먹고 있는데 안쓰럽다. 그러면서도 고양이와 다른 식물들 그리고 돌들도 하느님 뜻을 아주 잘 따르고 있는데 나만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우주에서 인간은 이방인이다. 인간만 하느님 뜻을 잘 안 따른다.
예수님은 당신을 믿는 모든 이들이 하나가 되게 해달라고 아버지 하느님께 기도하셨다. ‘아버지가 당신 안에 있고 당신이 아버지 안에 있다는(요한 17,21)’ 것은 두 분이 하나라는 뜻이다. 예수님의 계명을 지키면 그리고 하느님의 뜻을 찾으면 우리도 두 분 안에서 하나가 된다.
여럿이 하나가 되는 게 얼마나 아름답고 신비로운 감동을 주는지 잘 안다. 그리고 하나가 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도 아주 잘 안다. 교회 안에서 ‘공동합의성’에 대해 자주 듣는다. 개성과 다양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오늘날 만장일치는 환상이고 폭력으로 보일지 모른다. 그런데 하느님은 한 분이시고, 그분은 이랬다저랬다 하는 분이 아니시니 그분의 뜻은 하나다. 예수님도 그 뜻에 목숨까지 바치셨다. 이걸 믿는다면 우리는 하나가 되어야 마땅하다.
하나가 되면 평화롭다. 하지만 매일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데 그런 이들이 하나가 된다는 것은 정말 어렵고 불가능해 보인다. 예수님은 당신이 아버지와 하나이신 것처럼 제자들도 하나가 되기를 바라셨고 우리도 하나가 되기를 바라시며 지금도 여전히 일하신다. 구원은 반짝 사건이 아니라 우리가 하나가 되어가는 긴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나를 내려놓고 마음과 생각을 열어 남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운다. 더불어 인내의 덕을 쌓는다. 지금은 이렇지만, 마침내 하나가 되고야 말 거라는 희망을 새롭게 품는다.
예수님, 우주가 아니라 세상에서 이방인이 되겠습니다.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저의 꿈이 아니라 주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바라게 도와주소서. 아멘.
성경 ⓒ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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