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해 5월 31일(마리아 방문 축일) 가난한 마음
하느님이 사람들을 찾아오셨다. 하느님은 결정적인 때에 가장 작은 이들을 선택하셨다. 엘리사벳은 아이를 못 낳는 여자라고 평생 치욕을 겪으며 살았다. 그는 늙어서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아이를 가질 수 없었다. 그리고 마리아는 남자의 도움 없이 아들을 잉태하였다. 그가 한 일은 동의뿐이었다. 두 사건 모두 하느님의 개입이 없이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우리 하느님은 질투하는 하느님이시다. 당신을 미워하는 이들에게 그 죄악을 삼 대 사 대 자손들에게까지 갚으시지만, 당신을 사랑하고 계명을 지키는 이들에게는 천대에 이르기까지 자애를 베푸신다(탈출 20,5-6). 당신의 백성이 당신 말고 다른 것을 믿고 기대는 것을 참을 수 없는 분이시다. 오직 당신만 바라고 기대기를 원하신다. 그리고 그런 그들에게 모든 것이 되어주시고 그들의 아버지 어머니 임금 하느님이 되신다. 그렇게 되시려고 당신이 하실 수 있는 모든 것을 하신다. 사람들의 종이 되시고 외아들을 내어주시고 목숨을 내어놓으신다.
하느님은 그 두 가난한 여인을 다 차지하셨다. 폐경이 된 여인에게 어떻게 임신이 되고 남자의 도움 없이 어떻게 아이를 가질 수 있는지 나는 모른다. 내가 모른다고 무조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성경이 과학책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허구적인 소설은 더욱 아니다. 그때 실제로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하느님이 가난한 이들, 하느님 말고는 희망할 수 없는 이들을 선택하고 부르셨다는 것이다. 하느님은 그렇게 우리들을 찾아오셨다.
예수님은 가정도 없이 그날그날 일용한 양식만을 구하셨고, 머리 둘 곳조차 없이 가난하셨다. 세례자 요한은 하느님의 도움 없이는 살 수 없는 광야에서 살았다. 가정이 악할 리 없고, 부자가 악인은 아니다. 그것들이 악해서가 아니라 하느님이 온전히 자신을 차지하시게 하려고 그것들을 피한다. 일부러 조금 불편하게 사는 것은 나의 임금이 되시려는 하느님의 마음을 잊어버리게 될까 두려워서다. 다시 한번, 회개하고 복음을 믿는다. 하늘나라가 가까이 와 있다.
예수님, 주님처럼 이곳저곳 떠돌며 친구들의 집에서 신세 지고 길 위에 자면서 지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부유함과 편리함, 성공과 효율 그리고 가끔은 합리적인 것에도 마음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깨어 있겠습니다. 제 마음을 하늘을 향해 열겠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어머니를 따라 저도 언제나 영원을 바라보게 이끌어주소서. 아멘.
성경 ⓒ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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